"바닥쳤나 했더니 ­… " 투자자들 오히려 불안감 확산

'시장이 미쳤다. ''하루 주가 변동률이 15%나 되다니 로또 같은 증시다. '

29일 코스피지수가 급등 후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며 하루 변동폭이 사상 최대인 157포인트를 넘어서자 개인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며 이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뉴욕증시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10%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유럽증시도 일제히 상승해 오전만 해도 객장에는 주가가 이틀 연속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점에서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희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실제 오전에는 주가가 급등해 선물거래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유가증권에선 올 들어 14번째,코스닥 시장에서는 13번째 발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오전 9시30분을 넘어서면서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C&그룹 채권금융회사의 공동 관리(워크아웃)설이 돌면서 은행주가 하한가로 내려앉는 등 국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은행별로 구체적인 손실 규모까지 부풀려져 떠돌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C&그룹의 워크아웃 검토 공시가 나온 이후엔 과거 인수ㆍ합병(M&A)에 나섰던 대형 그룹주들까지 덩달아 유동성 문제가 고개를 들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오후 들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통화스와프 방식의 달러화 공급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IMF 악몽'이 되살아나며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결국 오후 1시46분 코스피200선물과 옵션,코스피200선물스프레드 거래가 5분간 완전히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됐다. 장 막판 연기금이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고 외국인도 11거래일 만에 소폭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폭을 좁히는 데 그쳤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일단 'IMF'란 용어만 등장하면 지난 외환위기 때의 악몽부터 떠올린다"며 "금융회사 부실화 가능성 등 뭔가 국내 유동성이 심상찮은 것 아니냐는 극도의 공포감이 투자 심리를 다시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소문과 작은 악재들이 '침소봉대'돼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일찍부터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도 장 마감 직전에 팔자로 돌아서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 다우지수가 반등하면 우리 증시는 또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안타깝게 물어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