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위축 대비 비축 나서
LG전자, 1분기만에 두배 늘려…삼성전자, 3분기 1조7000억 ↑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과 같은 현금 지출요인을 최대한 줄이고,급하지 않은 투자는 내년으로 미루는 등 경영의 초점을 '최대한의 현금 확보'에 맞춘 결과다.

기업들이 '현금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언제쯤 안정될 것인지,경기 위축으로 인한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계산하기 힘든 상황에서 믿을 것은 '현금'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현금을 최대한 비축하고 내년 초 경기 상황을 지켜본 뒤 집행처와 집행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엇비슷한 '액션 플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지난해 말보다 3배 급증

LG전자는 2분기 말 기준으로 8275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보유량을 3분기 말까지 1조522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보유 현금이 5324억원에 불과했던 2007년 말과 비교하면 3배가량 현금 보유량이 늘어났다.

LG전자의 현금 경영 성과는 순차입금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2006년 32%에 달했던 이 회사의 순차입금비율은 3분기 말 기준으로 8%까지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남용 부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현금 확보령'을 내린 이후 현금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최근 사내 방송에 출연해 임직원들에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현금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자제하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급하지 않은 시설투자는 축소

삼성전자도 유동성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3분기 말 기준 현금 보유량은 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6조3800억원보다 1조7200억원 늘어났다. 배당금 지급액이 2분기 1조1000억원에서 3분기 700억원으로 감소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시설 투자액도 2분기 2조8600억원에서 3분기 2조5300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반도체 경기의 침체로 당초 7조원으로 예상했던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액을 축소키로 했다"며 "투자 축소 폭은 수천억원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 현금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금고도 든든해 졌다. 이 회사의 3분기말 기준 보유 현금은 1조1228억원으로 전 분기 말 8990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순차입금 비율 역시 5%에서 ―3.6%로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확대돼 현금 규모가 늘어났다"며 "현금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지를 놓고 내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현금 유동성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 회사는 3분기 중 92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3분기 말 현재 전 분기 말 3조3835억원과 엇비슷한 3조785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황이 언제쯤 개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