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美, 4분기 2% 위축..내년 마이너스 0.8%"..실업률 8.5% 전망
그린스펀 "일자리 더 감소"..對달러 엔환율 13년來 첫 100엔선 와해


미국의 경기침체 골이 예상보다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백악관 대변인의 입에서 곧 발표되는 올하반기 성장 지표가 "나쁠 것"이란 발언이 나와 상황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23일(이하 현지시각) 발언은 미국의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이 마이너스 2%를 기록할 것이며 내년 전체로도 0.8% 위축될 것이란 씨티그룹의 전날 발표 보고서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업률의 경우 최고 8.5%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6.1%로 이미 기록적인 수준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외환시장에도 즉각 반영돼 23일 뉴욕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엔화에 대해 지난 1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지며 95.95엔을 기록했다.

100엔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
백악관의 다나 페리노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내주 나오는 성장 지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3.4분기는 물론 4.4분기 역시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도 미국 경제가 험난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기 성장 실적 발표는 오는 30일로 예정돼있다.

블룸버그는 페리노가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이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언급하는 것이 이례적임을 지적했다.

페리노는 "고용시장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여 실업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시인했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종합한 바에 따르면 3.4분기 GDP가 연율 기준으로 0.5% 감소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2.4분기는 2.8% 증가했다.

씨티그룹 보고서는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상승을 예고하면서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겪는 가장 심각한 침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 노동부가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최신 주간(12-18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47만8천명으로 한주 전에 비해 1만5천명 증가했다.

이 수치는 전문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이다.

반면 4주 평균 실업수당 신청자는 48만250명으로 종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주간 실업급여 신청자가 40만명을 넘는 것은 침체 조짐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판단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금의 상황을 "금융 쓰나미"라고 표현하면서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일시적 해고와 실업률 상승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그는 실업률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23일 골드만 삭스와 제너럴 모터스(GM) 및 크라이슬러, 그리고 제록스에 이르기까지 감원이 주요 산업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계속 실업 급여를 신청하는 미국인이 37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 타임스도 실업급여 신청자가 26주 연속 3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찾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AP도 23일 월가 감원도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올들어 이미 11만명이 실직한데 이어 연말까지 근 20만명이 쫓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골드만 삭스의 경우 이날 인력의 10%인 3천200명을 줄인다고 밝혔으며 리먼 브러더스를 넘겨받은 바클레이스 캐피털도 3천명 감원을 진행중이라고 AP는 상기시켰다.

또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메릴 린치도 몇천명을 추가 감원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AP는 내다봤다.

한편 뉴욕에서 달러는 엔에 대해 23일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00엔선이 무너져 95.95엔에 거래됐다.

환 딜러들은 경기 침체로 인해 FRB가 내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미 1.5%로 낮춰진 금리를 최소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면서 달러가 엔에 대해 더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