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상정 가능성..상정 땐 대법원장 제척 여부 관심

대법원이 21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삼성 핵심 인사 8명에 대한 재판을 대법원 제1부에 배당하면서 `삼성사건'이 최종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특검법에 따르면 상고심도 2심 선고 이후 2개월 이내에 선고하게 돼 있어 장장 8년간 지루하게 이어져온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공방'이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심에서 대부분 무죄가 난 이번 사건과는 달리 같은 사안으로 이미 1ㆍ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 `허태학ㆍ박노빈 사건'도 대법원 2부에 계류돼 있어 최종심에서 각각의 쟁점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에 법조계는 물론 경제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이목이 쏠려 있다.

아울러 이들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상정될지, 또 전원합의체에 상정된다면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판에서 배제될지도 관심사다.

◇ 상고심 진행 절차는 = `삼성사건' 상고심 절차는 조준웅 특별검사가 2심 선고 6일 만인 지난 16일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20일 상고장을 넘겨받아 21일 오전 사건을 대법원 제1부에 배당했다.

대법원은 앞으로 조 특검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보내고 조 특검은 통지서를 받은 이후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서 제출 만료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주심 재판관을 배정하게 된다.

특히 상고심은 혐의 사실 여부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리해석 및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만 살피는 `법률심'인데다, 특검법이 항소심 선고 2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리도록 하고 있어 이르면 연말까지 사건 심리가 종료되고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상고심에 넘겨진 `이건희 전 회장 사건'과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대법원이 관련 사건의 결론에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뿐 사건을 병합한 사례는 거의 없다.

◇ 상고심 쟁점은 = `허태학ㆍ박노빈 사건'과 `이건희 사건'을 맡았던 하급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이 경영권 이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배임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다.

에버랜드 경영진인 허ㆍ박씨에 대해서는 CB 헐값 발행으로 회사(에버랜드)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유죄가 선고됐지만 공범으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CB가 헐값으로 발행됐음에도 회사 자산은 늘어나기 때문에 배임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도 1심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회사에 손해가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따라서 상고심에서는 CB나 BW를 저가로 발행했을 경우와 적정가로 발행했을 경우의 차액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는다는 주장과 회사에는 손해가 없고 기존 주주에게만 손해를 미친다는 논리가 맞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손해설이 인정되면 당시 비상장사였던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주식 적정가를 얼마로 볼 것인지에 따라 배임액이 결정되는데 배임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의 적용을 받아 더욱 무겁게 처벌된다.

◇ `삼성사건' 전원합의체 상정될까 = 현재로서는 `이 전 회장 사건'과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상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상고심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상정되는 경우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때와 소부(小部), 즉 제1부 또는 제2부 내 재판관의 의견이 엇갈릴 때이다.

기존 판례는 비상장회사의 이사가 적정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CB를 발행해 제3자가 인수하도록 했을 때 이익이 생긴 만큼 회사에 손해가 난다고 봤다.

따라서 이건희 전 회장의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기존의 판례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두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상정된다면 변호사 시절 1년7개월 동안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에서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에서는 제척된다.

`이건희 사건'의 경우 이 대법원장이 제척될 사유가 없지만 관련 사건인 만큼 공정한 재판을 위해 스스로 회피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이 빠진 경우가 단 1건도 없어 대법원이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