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화 유동성이 말라붙은 은행들이 국내 기업과 개인이 가진 '외화 긁어모으기'에 돌입했다. 해외 자금시장에서 중장기 외화 조달이 거의 끊겨 하루짜리 달러 차입인 오버나이트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하나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외화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주는 기업전용 외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상품인 '하나 외화수퍼플러스'를 7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업의 단기 결제자금에 대해 일정금액 이상을 하루만 맡겨도 고금리를 준다. 예를 들어 지난 6일 기준 10만달러 이상을 하루 예치하면 기존 외화보통예금의 경우 연 0.73%에 해당하는 이자를 줬지만 이 상품은 연 1.29%의 이자를 지급한다. 유로화의 경우 6만5000유로 이상을 하루 예치하면 기존의 연 1.04%보다 훨씬 높은 연 3.25%를 적용한다. 금리는 예금 잔액별로 차등 적용한다. 달러와 엔,유로,파운드 등 8개 통화로 예금을 받으며 법인만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외화 유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기업 자금에 대해 10만달러 이상에 대해 하루만 맡겨도 연 3.56%의 금리를 주는 '외화 MMDA 플러스'를 판매하고 있다.

외화예금 금리도 최근 들어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은 9월 중순 연 2%를 밑돌았던 '7일 이상 1개월 미만'의 외화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6일 5.31%까지 올렸다. 우리은행의 7일 이상 외화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초 1.9%에서 이날 4.79%까지 높아졌다.

기업은행은 이날 '범국민 외화모으기 캠페인'에 들어가면서 외화 정기예금 가입시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6.92%(3월물)의 금리를 주기로 했다. 또 외화예금 고객에게 외화 현찰수수료를 최대 100% 면제하고,외화 지폐를 환전하면 최고 60%의 환율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농협도 내부적으로 외화예금 유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수출입거래 중소기업들에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하는 '수출입 송금 외화통장'을 내놓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