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쇼크'…글로벌 금융공황] MMF도 원금손실·환매중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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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처럼 안전한 펀드로 간주되던 '머니마켓펀드(MMF)'도 결국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고 말았다. 미국에서 14년 만에 MMF에서 손실이 발생했는가 하면,고객 환매가 몰리면서 금융회사가 일시 환매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이 '나 먼저 살고 보자' 식으로 대출 문을 닫음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돈줄이 말랐다.
◆펀드 환매 중단
17일 미국의 간판 MMF인 리저브프라이머리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이날 주당 97센트로 추락했다. 액면가인 1달러 이하로 가치가 떨어져('Breaking the Buck') 원금손실 상태에 빠진 것이다.
미국에선 관련법상 MMF는 수익증권 1계좌당 가격을 기준가격인 1달러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기준가격이 1달러를 밑돌 위험이 발생할 경우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1달러 선을 지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자산운용사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방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MMF는 단기 국채나 우량한 기업의 기업어음(CP) 등 주로 부도위험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 따라서 미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운용사인 리저브펀드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CP 등에 7억85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CP의 가치가 '제로'가 됐다고 발표했다. 펀드의 총 자산도 지난 주말 626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약 400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들의 환매요구가 쇄도하는 바람에 유동성 부족으로 일주일간 환매가 중단됐다.
월가 MMF에서 고객들이 MMF에 맡겨놓은 자금을 못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리저브펀드의 브루스 벤트 회장은 1970년 MMF를 고안한 MMF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의 돈 필립스 전무는 "리저브펀드가 '달러'를 깨는 정도가 아니라 박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MMF시장에서 순자산가치가 1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한 것은 1994년 커뮤니티뱅커스 이외에는 없었다.
옥스퍼드 자산운용의 데니스 바바 매니저는 "금융위기에 겁을 집어먹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MMF를 판매한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얼어붙은 자금시장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자금시장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은행들이 서로 돈 빌려주기를 중단하고 빌려주더라도 엄청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어 리먼브러더스와 AIG 사태에 따른 혼란이 다른 금융회사와 세계경제로 확산될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란데스방크 바덴뷔템버그의 트레이더인 로널드 새런은 "다음에 어떤 은행이 파산할지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자금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아무도 다른 이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냉엄한 시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실제로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가 9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악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 3개월만기 리보는 0.19%포인트 오른 3.06%를 기록,1999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미 국채 수익률과 리보의 격차를 뜻하는 TED스프레드는 0.64%포인트 확대된 2.83%포인트에 달해,1987년 10월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안전 자산에 속하는 국채 투자로 돈이 몰리는 반면,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금리는 오르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용어풀이 >
◆MMF=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s)의 약자.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양도성 예금증서(CD),콜 등 주로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고객에게 수익을 되돌려주는 초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만기는 30일 이내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며,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펀드운용 실적에 따라 이익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자금 운용에 주로 활용된다.
◆펀드 환매 중단
17일 미국의 간판 MMF인 리저브프라이머리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이날 주당 97센트로 추락했다. 액면가인 1달러 이하로 가치가 떨어져('Breaking the Buck') 원금손실 상태에 빠진 것이다.
미국에선 관련법상 MMF는 수익증권 1계좌당 가격을 기준가격인 1달러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기준가격이 1달러를 밑돌 위험이 발생할 경우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1달러 선을 지키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자산운용사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방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MMF는 단기 국채나 우량한 기업의 기업어음(CP) 등 주로 부도위험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곳에 투자한다. 따라서 미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운용사인 리저브펀드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CP 등에 7억85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CP의 가치가 '제로'가 됐다고 발표했다. 펀드의 총 자산도 지난 주말 626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약 400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들의 환매요구가 쇄도하는 바람에 유동성 부족으로 일주일간 환매가 중단됐다.
월가 MMF에서 고객들이 MMF에 맡겨놓은 자금을 못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리저브펀드의 브루스 벤트 회장은 1970년 MMF를 고안한 MMF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의 돈 필립스 전무는 "리저브펀드가 '달러'를 깨는 정도가 아니라 박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MMF시장에서 순자산가치가 1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한 것은 1994년 커뮤니티뱅커스 이외에는 없었다.
옥스퍼드 자산운용의 데니스 바바 매니저는 "금융위기에 겁을 집어먹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MMF를 판매한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얼어붙은 자금시장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자금시장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은행들이 서로 돈 빌려주기를 중단하고 빌려주더라도 엄청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어 리먼브러더스와 AIG 사태에 따른 혼란이 다른 금융회사와 세계경제로 확산될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란데스방크 바덴뷔템버그의 트레이더인 로널드 새런은 "다음에 어떤 은행이 파산할지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자금시장에서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아무도 다른 이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냉엄한 시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실제로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가 9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악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 3개월만기 리보는 0.19%포인트 오른 3.06%를 기록,1999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미 국채 수익률과 리보의 격차를 뜻하는 TED스프레드는 0.64%포인트 확대된 2.83%포인트에 달해,1987년 10월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안전 자산에 속하는 국채 투자로 돈이 몰리는 반면,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금리는 오르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용어풀이 >
◆MMF=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s)의 약자.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양도성 예금증서(CD),콜 등 주로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고객에게 수익을 되돌려주는 초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만기는 30일 이내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며,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펀드운용 실적에 따라 이익금을 받을 수 있어 단기자금 운용에 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