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적 수치심 유발할 정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오기두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임모(54.속옷매장 운영)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임 씨는 지난해 10월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군포 수리산역을 지나던 중 무릎이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앞쪽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여성의 얼굴을 제외한 어깨 아래 부위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는 촬영직후 셔터소리를 들은 승객들에게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으나, 카메라에 찍힌 여성은 신원이나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임 씨는 벌금형에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미니스커트를 입고 앉아있던 피해자의 하반신 부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되는데 원심은 사실과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진이 피해자의 노출된 다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촬영됐지만 다리부분만 중점 부각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이나 피해자가 문제삼지않고 그 자리를 떠난 점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기준에서 판단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노출한 신체부분이라도 촬영장치에 저장되고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