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건 2심 재판후 10월께 출국할 듯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무의 해외 순회근무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 때 최고고객관리자(CCO) 직책에서 물러난 이재용 전무는 해외 신흥시장을 돌며 시장개척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출국 시기는 물론 첫 근무지가 어디가 될지도 안갯속이다.

이 전무의 해외근무가 지연되는 이유는 이른바 '삼성사건' 재판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이 전무는 삼성사건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출국시기를 1심 판결 이후로 늦췄고, 지난 7월16일 1심 판결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발걸음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곧이어 2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 전무는 지난 달 25일 2심 재판이 시작되자 같은 달 29일부터 6일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 4년만에 처음으로 불참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무가 2심 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친이 곤경에 처해있는데 장기 해외근무를 떠나기에는 부담이 있지 않겠느냐"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기나 계획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무가 그동안 외국 땅을 전혀 밟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전무는 지난 달 8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2박3일간 중국을 방문한 뒤 곧바로 이스라엘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소를 찾았다.

또 지난 달 23일에는 일본 도쿄의 중심가인 긴자에서 경쟁사인 애플의 IT매장에서 전시공간을 둘러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 때문에 이 전무가 사실상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근무의 '예행연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2심 재판이 끝나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본격적인 해외 순환근무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심 재판이 잘 마무리되면 대법원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이 전무가 해외출장을 더 늦출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 행보를 보면 본인도 해외시장 개척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