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가중돼온 경제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제유가의 급락은 무역수지의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고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여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면 내수 회복으로 실물경제의 호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는 최근 안정된 흐름을 보여 이미 어느 정도 금융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3일 오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째 폭등해 1천150원 선을 넘어섰다.

◇ 두바이유 두자릿수 눈앞
2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9.99달러 떨어진 101.65달러로 마감해 역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는 4월 9일 배럴당 99.63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 4일 배럴당 140.70달러에서 2개월 만에 28% 급락했다.

국제원유 시장의 지표물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2일 배럴당 5.75달러 급락한 109.71달러를 기록해 2개월 전 고점에 비해 40달러 이상 떨어졌다.

원유와 함께 상품 가격도 급락세를 탔다.

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이 3% 급락한 온스당 81.05달러로 떨어졌고 은 가격도 4% 내렸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허리케인 구스타브로 인한 피해가 예상과 달리 미미했고 중국이 올림픽이 끝나면서 비축유를 추가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수요 감소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 경제 숨통 트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은 경상수지 악화와 물가 급등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짓눌렀지만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서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가 급등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아직 고유가 상황이지만 고점 대비 30% 내렸기 때문에 경상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환율 급등으로 불거진 위기설을 진정시키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환율 급등을 부채질한 8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도 9월에 유가 급락을 추가로 반영하면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5.9%에서 8월 5.6%로 둔화됐으며 9월에는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 정책을 쓰기 어려운데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된다면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과거처럼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경제 악화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서로 맞물린 측면이 있는데 고유가 문제가 해소된다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원론적으로는 이런 선순환이 예상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유가 하락 만으로 당장 금융시장이 정상화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WTI는 어제도 급락했기 때문에 유가 하락 재료는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등에 따른 것으로 유가 하락이 당장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수급 외에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의미 있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큰 영향을 못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이준서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