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파 퍼트 실패로 미국 진출의 꿈을 날려보낸 '악몽'에 짓눌려 있던 노장 강욱순(42.삼성전자)이 부활의 나래를 폈다.

강욱순은 31일 제주도 라온골프장(파72.7천18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SBS 코리안투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통산 10승이나 올리며 한국 프로골프 무대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강욱순은 지난 2003년 부경오픈 제패 이후 무려 5년 만의 우승이라는 감격보다는 4년 동안 가슴 속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던 '30㎝ 파퍼트의 저주'를 벗어던진 것이 더 기뻤다.

2003년 12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에서 30㎝ 짜리 파퍼트를 넣지 못한 강욱순은 1타가 모자라 PGA 투어 입성이 무산됐다.

이 사건으로 정신적 공황을 겪은 강욱순은 한국프로골프 최우수선수상 3년 연속 수상과 4년 연속 시즌 평균타수 1위에 빛나는 명성을 잃어버리고 보통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스로는 "다 잊었다"고 했지만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재기의 기회를 날릴 때마다 주변에서는 "이게 다 그 사건 탓"이라고 수군거렸다.

강욱순은 지난해 레이크힐스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에 우승컵을 내줬고 올해도 필로스오픈 마지막날 후반에 잇따른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림픽 방학 동안 직장인 안양베네스트골프장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샷을 가다듬은 강욱순은 이번에는 달랐다.

주흥철(27.동아회원권)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강욱순은 4명이 공동 선두를 이루는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 막판 버디 2개를 뽑아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뒷심을 발휘했다.

10번홀(파5)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 위기를 맞았지만 보기로 막은 강욱순은 12번홀(파4)에서 1.2m 버디 기회를 놓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13번홀(파3)에서 2m 버디 찬스를 살렸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선 강욱순은 16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 언저리에 가져다 놓은 뒤 1m 안쪽에 붙이는 칩샷으로 1타를 더 줄여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2타차 여유를 안은 강욱순은 남은 2개홀을 차분하게 파로 마무리했다.

4언더파 68타를 친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은 공동2위(10언더파 278타)까지 순위를 끌어 올려 황인춘(32.토마토저축은행)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김형성에 570만원 앞서 있던 황인춘은 공동46위(1오버파 289타)에 그쳐 상금랭킹 2위로 내려 앉았다.

2, 3라운드 선두를 달리는 이변을 연출했던 무명 주흥철은 1오버파 73타를 쳐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공동2위를 차지해 생애 최고 성적을 올렸다.

4타를 줄인 중견 박도규(38.투어스테이지)와 5언더파 67타를 친 신예 이태희(24.우리골프)도 김형성과 함께 공동2위에 올랐다.

(제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