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미끄러지며 1500선이 무너졌던 증시가 25일 드디어 6일 만에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호재가 눈에 띄지 않아 기술적 반등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등을 하긴 하지만 코스피 지수 흐름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상승 출발 했지만 상승폭을 깎아먹으며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수가 상승에 영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증시를 둘러싼 여건 중에 뭐 하나 좋은 게 없는 것이 요즘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날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원/달러 환율의 폭등세다. 일부에서는 외환시장에 대해 ‘패닉’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하고 있다.

오전 10시 52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30원 오른 1072.8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1076.09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래 환율이 오르면 수출주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까지 오르게 되면 마냥 웃고 있을 처지가 못 된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존재했었지만, 계속된 급등세에 이제 분위기는 우려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부국증권의 엄태웅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강세뿐 아니라 최근 급격히 감소한 국내 외환 보유고도 한 몫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무역수지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수입물가지수의 상승폭이 수출물가지수의 오름세보다 더욱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배성영 애널리스트도 “달러 강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유로 및 엔화도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 물가 증가에 따른 기업의 채산성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흥국증권의 현정환 애널리스트 역시 원/달러 환율 강세(원화약세)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고 있다.

원화약세가 수출기업들의 단가인상 영향으로 미시적으로는 득이 되지만, 세계 경기상황을 볼 때 단가상승보다 물량감소 영향이 더 클 수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전 세계를 괴롭히던 유가급등세가 다소 주춤한가 싶더니, 우리 수출주에 미소짓던 환율이 이제 폭등하며 숨겨뒀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나도 팽배한 이 시기,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