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기 적발을 강화하겠다며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보험 사기 혐의자에 대한 진료 기록 열람 문제가 진통을 겪고 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 사기로 의심되는 보험 가입자에 대해 진료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했으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안은 당초 2006년부터 추진돼왔으나 그간 진전이 없다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금 부당 청구를 막기 위해 민영보험사와 농협, 우체국 등이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금융위에 권고하면서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진료 기록 열람이 허용될 경우 보험 사기 적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복지부는 "수사기관도 아닌 금융위에 열람을 허용했다간 개인정보가 자칫 유출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위는 2004년부터 '보험 사기 인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동일한 보장 내역의 상품에 여러 개 가입한 보험 가입자를 자동으로 뽑아낸다.

이를 통해 주로 제보나 고발에 따라 수사에 나서는 검찰.경찰과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보험 사기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물론 금융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추려진 가입자에 대해 추가 조사를 거쳐 보험 사기 혐의가 짙다고 판단되면 그 기록을 검.경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보험 사기 의심자의 진료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되면 보험 사기를 더 철저히 적발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례로 장애가 있는 노숙자와 공모해 자동차 사고를 낸 뒤 이 사고로 장애가 생겼다고 주장할 경우 현재로선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과거 진료 기록을 열람하면 이런 주장이 사기임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 사기단이 의사와 공모라도 했을 경우 이처럼 과거 진료 기록 없이는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진료 기록 공개에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수사기관에 대해서만 진료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며 "금융위에 자료를 공개했다가 유출이라도 되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복지부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열람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민감한 정보를 넘길 수 없다'며 완강히 맞서고 있어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