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적기는 2010년 상반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 말부터 둔화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꺾이고 거래마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발길을 중국에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돌려 왔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 역시 베이징 올림픽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면서 부동산 시장도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올림픽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과연 중국 부동산 시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국 투자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부동산 거래 9년 만에 감소세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70개 대ㆍ중도시의 전년 동기 대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1월 11.3%를 기록한 이후 매달 하락해 6월에는 8.2%를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등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의 구이양은 올 들어 최대 낙폭을 보여 지난해 고점 대비 25.9% 떨어졌으며 선전의 집값도 1년 전 가격으로 내려앉았다.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주택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건축물 거래량은 지난해 44.3% 증가했으나 올 들어 6월까지 전년 대비 3% 줄어 1999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달 초까지 상하이 지사에서 공정관리부장으로 일한 이철호 우림건설 해외사업실 차장은 "상하이에서는 올 들어 분양가를 3~5% 깎아주는 신규 분양 주택들이 생기고 있다"며 "매년 5월 상하이에서 부동산박람회를 하는데 지난해의 70% 수준밖에 관람객이 방문하지 않았을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식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달 들어서는 특히 올림픽 열기로 부동산 매매가 더욱 부진하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부동산 경기 살아날 듯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사장은 "올림픽에 대한 과잉 투자로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폭의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은행의 부실자산 리스크 등 금융 불안을 우려해 부동산 가격 폭락 방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됐다. 이 사장은 "내년 상반기부터는 경제가 살아나고 투자 규제 완화 가능성도 높아 부동산 시장도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베이징의 경우 올림픽을 위해 개발된 인프라로 인해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 오피스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올림픽 이후 자금 유입 증가와 2010년 상하이 국제박람회 개최에 따른 기대심리로 상반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상하이 투자해볼 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하반기 선제 투자나 내년 초 이후 투자를 추천했다. 고 팀장은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겠지만 임대료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하이의 중형급 상가나 아파트를 매입하면 임대수익을 거두고 추후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조정이 마무리된 상하이 오피스텔을 하반기에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미 오른 상하이나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라면 북한 개방에 따른 최대 수혜 지역인 단둥을 내년에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에 이미 부동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매도를 하려면 2010년 이후가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재진 하나은행 대치동 골드클럽 PB팀장은 "2010년에 세계 경제 활황 등으로 개발 지역이나 관광레저용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토지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2010년 이후에 파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10년 상반기에 상하이 박람회가 열리고 올림픽 효과도 최고조에 달하면 한국처럼 신도시 개발이 시작돼 이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2010년 상반기가 매도 적기"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