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잠을 설친 직장인 김대영씨(40ㆍ가명)에게는 신경 쓰이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중국 펀드다. 그는 지난해 가을 만기가 돌아온 은행 정기예금의 일부를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 주변엔 이미 50% 이상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돌변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년 10월 말 고점을 찍은 중국과 홍콩 증시는 줄곧 미끄럼만 탔다. 벌써 원금의 30% 정도가 날아갔다. 김씨는 연초부터 환매를 해버릴까 고민하다 지금까지 왔다. 일단은 버텨볼 생각이다. 아직 투자한 지 1년도 안 됐고 환매로 손실을 확정짓기에는 본전 생각이 앞서서다. 중국 펀드 투자자 중에는 김씨와 같은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더러는 환매에 나서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비중은 20~30%가 적당

펀드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중국 펀드 투자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손실에 개의치 말고 인내심을 갖고 견디라는 것이다. 중국과 홍콩 증시가 바닥에 근접한 만큼 앞으로 추가 하락 위험보다는 반등 기회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둘째로는 중국 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클 경우 일부 환매해 브릭스 펀드와 같은 지역 분산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국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는 12.7배까지 떨어져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 점진적인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중국 펀드는 현재 수준에서 비중 유지 또는 확대 전략이 필요하며 다만 펀드자산 중 중국 비중은 20~30% 수준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증시가 당장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힘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환매하기보다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적립식으로 신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중국 펀드가 없다면 장기간을 염두에 두고 적립식으로 분할 매수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점"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거치식으로 투자한다면 중국보다는 브릭스 펀드와 같은 분산형 상품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평균 30.7% 손실

중국 펀드는 해외 펀드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중국 펀드 설정액은 22조7985억원이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60조1115억원)의 38%에 달한다. 여기에 브릭스 펀드나 아시아태평양 펀드 등 중국 주식을 일부 편입한 펀드까지 감안하면 전체 해외 펀드의 절반 이상이 중국 및 홍콩 증시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중국과 홍콩 증시 등락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들어 중국 펀드의 성적표는 해외 펀드 중 거의 바닥권이다. 지난 12일 기준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올 들어 평균 -30.70%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펀드평가의 분석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22.81%)보다 8%포인트 정도 뒤지는 수준이다. 중국 펀드보다 더 떨어진 펀드는 베트남(-36.76%)과 친디아(-31.64%) 정도다. 다만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중국 펀드 수익률이 -17.37%로 해외 주식형 평균(-16.14%)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펀드별로는 프랭클린템플턴 PCA 신한BNP파리바 KB 등 운용사의 대표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권에는 '템플턴차이나드래곤A'(-26.48%) 'PCA차이나드래곤A주식클래스A'(-28.17%) '봉쥬르차이나2A'(-28.57%) '우리CS중국인덱스재간접1C-e'(-28.57%) 등이 올라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투신운용의 '코덱스차이나H'가 연초 이후 -20.31%로 성적이 가장 좋다는 점이다.

반면 해외 펀드 시장의 절대강자인 미래에셋의 중국 펀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순자산액 100억원 이상 중국 펀드 62개 중 연초 이후 기준으로 수익률 하위 20위권에 미래에셋과 미래에셋맵스 상품이 14개나 들어 있다.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A'는 올 들어 43.44%의 손실을 봐 중국 펀드 중 가장 부진해 체면을 구겼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