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을 전격 출국금지한 것으로 밝혀져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강제구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일 "대검찰청 회계분석팀의 정 사장에 대한 배임액 산정과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종합해서 (정 사장 강제구인 여부 등에 대한) 최종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강경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그동안 5차례에 걸친 소환 통보를 `무시'한 정 사장을 진작 강제구인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에서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의 정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는 이날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 발표와 이에 따른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요구를 목전에 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국금지 자체는 법원의 허가없이도 검찰 스스로 피의자의 거주지를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정 사장의 검찰 출두를 촉구하는 마지막 `압박 카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정 사장은 애초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계획했던 베이징은 물론 출국금지가 내려진 현재로선 외국 어디에도 나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감사원 결과 발표와 그 이후 진행될 상황에 따라서는 출국금지가 정 사장에 대한 단순한 `압박용'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감사원은 KBS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부실 경영 및 인사ㆍ조직관리 문제를 이유로 정 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특히, 검찰이 정 사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뒀던 1999년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사실상 같은 결론을 내면서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

KBS가 1999년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2004년 8월 행정법원에서 승소했으나 2005년 8월 법인세 환급을 포기해 514억원의 법인세를 환급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 것이다.

검찰 역시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2천여억원의 소송에서 1심에서 승소하고도 정 사장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세청과의 조정으로 500억원만 돌려받아 KBS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었다.

이같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이어 7일에는 KBS이사회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 결의안을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만일 이사회가 정 사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정 사장이 곧바로 `전직'으로 바뀌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위상 자체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강제구인하는데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이사회에서 정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통과된 뒤 정 사장이 끝내 스스로 검찰에 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 사장 체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사장 기소를 위해 반드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검찰로서는 정 사장이 `해임조치'되는 이후의 시간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주 중으로 정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점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임조치'에도 불구, 어떤 식으로든 정 사장이 현직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엔 검찰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