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의 향방을 좌우할 11월 미국 대선이 불과 10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민주, 공화 양당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와 사상 최고령 미 대통령에 도전하는 매케인의 대결은 일단 오바마의 우세 속에 매케인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6월 초 후보 확정 이후 매케인을 5∼7% 포인트 차이로 줄곧 앞서다가 7월초 격차가 좁혀졌으나 중순 이후 다시 선두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CBS-뉴욕타임스, ABC-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퀴니피액대 등 5개 조사를 종합해 지난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는 47%의 지지율로 매케인(41%)을 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갤럽이 22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오바마 47%, 매케인 41%로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라스무센 리포트가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43%, 매케인 42%로 거의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11월 미국 대선의 초반 레이스에서 민주당 오바마가 일단 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매케인의 추격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이달 초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으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럽을 잇따라 순방, 외교 안보분야의 취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대대적인 바람몰이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미국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공화당 정부에게 화살이 돌아가 조지 부시 행정부와 비슷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매케인보다 오바마를 선호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오바마가 일단 리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 승패를 점치기는 이르며, 양자간 대결은 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선거조직을 다음달까지 전면 재정비하고 자금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러닝 메이트로 나설 부통령 후보를 선정, 각각 8월말과 9월초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계기로 본선 고지를 향한 총력 선거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와 최고령 대통령에 도전하는 매케인은 각각 '변화'와 '경륜'의 기치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으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은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는 혁명적 변화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와 토대가 비슷한 국정운영이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46세인 오바마와 71세인 매케인은 각각 흑인과 백인으로 사상 첫 흑백 대결에 나서는 것 만큼 정치노선과 선거공약에서 뚜렷이 대비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군인 출신인 매케인은 이라크 전쟁의 승리와 이란 핵개발에 대한 강경 대응, 북한 등과의 타협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등 매파적 보수 성향의 정치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민권 변호사 출신의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는 이라크전의 책임있는 종결과 북한 등 이른바 불량정권 등과의 대화 노선을 주창, 진보적 성향을 보여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에서도 오바마와 매케인은 감세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뚜렷하게 다른 노선을 내세우고 있으며 낙태와 동성애, 이민, 총기규제 강화 등 사회정책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