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우려 없고 소명기회 줘야한다" 기각

촛불집회를 계기로 전투경찰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육군 복무 전환을 신청한 전투경찰 이모(22) 상경에 대해 영창 징계에 이어 부대원 성추행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신청된 사실이 확인됐다.

1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관할 법원인 서부지법에 따르면 용산서는 최근 이 상경의 동료 부대원들로부터 "이 상경이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을 접수받아 검토한 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용해 이 상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상경은 작년 8월19일 용산서 내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제4기동대 모전경대 소대 숙소에서 취침 도중 후임병 2명의 가슴과 배를 쓰다듬는 등 복무 기간 중 부대원 13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상경이 전역하기까지 7개월 가량을 남겨두고 있어 또 다른 범행이 우려된다"며 영장 신청 사유를 밝혔지만 법원은 "이씨가 현재 영창에서 징계를 받고 있어 도주 우려가 없고,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특히 "이 상경이 혐의점을 부인하는 상황이고 이 상경의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및 양형은 향후 공판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로 현재 상태에서는 `중한 처벌의 가능성이 높아 도망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상경이 소속된 전경대 중대장도 이 상경을 근무태만, 명령불이행 등의 혐의로 지난달 24일 영창 15일의 징계를 결정하고 이 상경을 남대문서 유치장에 입감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잇따른 조치는 모두 이 상경이 "전경제도에 회의를 느낀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청장 등에게 육군 전환 복무 요청을 낸 직후 벌어져 이른바 `괘씸죄'에 걸려든 것 아니냐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경의 군복무 전환을 돕고 있는 친구 강의석(22) 씨는 "경찰이 이 상경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있다"며 "고소한 부대원 중에는 이 상경보다 고참도 있는데 고참을 성추행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 상경을 돕고 있는 민변의 염형국 변호사도 "고소인 중 한 명인 이 상경의 고참은 평소 친근감을 표현하는 정도의 제스처마저 이 상경이 커밍아웃한 뒤에는 성추행으로 몰아갔다"며 "현재 이 상경도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박인영 기자 jslee@yna.co.kr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