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남에게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인 제 자신이 먼저 바꾸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만 보는 속전속결식의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쇠고기 파문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반성문'을 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쇠고기 파문과 관련,"국민 건강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라고 말한 데 이어 불과 이틀 뒤 또 '고해성사'한 것이다.

그동안 내각 및 청와대 참모의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인사 파동과 당정 간 정책혼선,물가관리에 대한 부실 대응 등이 논란이 됐을 때도 이 대통령은 질타는 있었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취임 초 이 대통령은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공직자들을 다잡는 데 주안점을 뒀다.

속도전이 일종의 '이명박 코드'였을 정도였다.

지난 3월 실시된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너무 늦다,빨리하라"고 다그치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번 주 초 이 대통령은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며 "일단 놔두고 처마 밑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

긴 호흡을 가지고 가자"고 말했다.

향후 각종 현안 대응 방식에서 좌우를 돌아보며 여론을 수렴한 후 정책을 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근 국가권익위 등의 업무보고에선 일방적 군기잡기에서 벗어나 협력,협조를 부쩍 많이 쓰며 '당부'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와 관련,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변화와 개혁을 두 축으로 삼는 국정 운영의 기본 철학은 바뀌지 않았지만,쇠고기 파문을 반면교사 삼아 숨가쁘게 달려온 데서 '템포 조절'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선 과정에서부터 여의도식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말해왔다.

기존의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었지만,취임 초 현실정치에서 떨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을 위해 야당 의원들과도 적극 접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화와 설득의 대상으로 정치권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변화'를 숱하게 강조했지만,뜻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속내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조찬 기도회에서 "지난 10년 그늘이 크고 그 뿌리도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도전이 닥쳐온다고 할지라도 결국엔 어려움을 극복해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다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