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는 시민 1만2천여명이 서울 청계광장과 여의도에서 각각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인터넷 모임 `미친소닷넷'의 주최로 6일 저녁 7시께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에서는 3천여명의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쇠고기 전면 수입 무효화를 주장했다.

이날 학생들의 참여를 자제하도록 한다는 교육당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초ㆍ중ㆍ고교생들이 4분의1 가량 됐다.

친구 3명과 함께 온 중학생 김상윤(15)군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청계천에서 시위할 때 한 사람이라도 모이면 힘이 된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더 오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학원에 가느라 못 왔다"라고 말했다.

중학생 남유경(14.여)양은 "인터넷 뉴스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장면을 보고 나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롯데월드에 가려다가 포기하고 함께 나온 친구도 있다"라며 "광우병 위험이 큰 쇠고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굴욕적 협상"이라며 "당장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계광장 행사에는 70대 이상 노년층도 많이 참가해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탑골공원에 있다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는 김태우(74)씨는 "안그래도 탑골공원에 있으면 노인들 사이에서 쇠고기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 오늘 직접 와보자고 해 의기투합했다"고 전했다.

주최측은 문화공연과 시민 자유발언 등의 순서로 행사를 진행했고, 참가자들에게 각각 종이 1장씩을 나눠주며 소망을 적어내라고 해 종이배나 종이학 모양으로 접힌 소망쪽지를 모았다.

오후 8시께부터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같은 주제의 촛불문화제에는 청계광장보다 3배 이상 많은 9천5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다음날 국회에서 열리는 미국산 쇠고기협상에 관한 청문회를 겨냥,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인터넷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참가자의 70% 가량이 중고생인 것으로 추정됐으나 `무작위 문자메시지'를 받고 온 학생은 거의 없었고 대다수 뉴스를 찾아보거나 평소 쇠고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스스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X' 표시가 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정성훈(18ㆍ고2)군은 "경찰이나 정부가 시위를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의 뜻을 침묵으로라도 표현하겠다는 의미"라며 "돈 많은 사람은 비싸고 안전한 소고기를 먹으면 되지만 돈 없는 사람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주최측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나 불법 시위 논란을 의식한 듯 `오늘 행사는 침묵문화제'라고 여러차례 주지시킨 뒤 2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폴리스라인 준수 및 행사장 질서 유지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주최측 사회자가 "미친소 정부나 먹어라"고 선창하고 참석자들이 이를 따라하자 주변의 경찰관들이 구호를 외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또 학생운동 단체인 `다함께'는 `이명박은 탄핵돼야 마땅하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뿌리다 주최측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등 `불법집회' 논란에 주최측과 참석자, 경찰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사회를 본 범국민운동본부의 김은주(36.여)씨는 집회 마무리 단계에서 "검역주권을 포기한 대미외교가 실용인지, 생존권을 위한 서민들의 저항이 실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쇠고기 수입 및 각종 서민 죽이기 정책을 당장 철회하는 것이 실용이라는 것을 당장 깨달아야 한다"고 소속 단체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아리랑을 비롯한 반주 음악에 맞춰 조용히 촛불을 흔들고 미국 소를 비판적으로 풍자하는 `송아지' 노래 등을 부르면서 집회를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