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통합민주당의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들의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4선의 정세균 의원이 높은 당내 조직력을 무기로 물밑에서 세를 불려가고 있는 반면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3선의 추미애 당선자는 7일부터 지방을 순회하며 바람몰이에 나선다.

먼저 정 의원은 386 출신과 친 손학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핵심 참모회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마지막 당 대표를 지내는 등 다져진 당내 기반에 손 대표까지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 의원들과 친노(親盧)계 인사들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부정적이었던 정동영계의 몇몇 핵심 의원들도 최근에는 정 의원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 "이미 정세균 대세론이 형성된 상황"이라는 게 정 의원 측의 주장이다.

당내 역학관계와 달리 추 당선자는 당 대표로서 적합도를 묻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SBS와 리얼미터의 공동조사에서 추 당선자는 21.7%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30일 CBS-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3%의 지지율로 천정배 의원(10.2%)과 정 의원(7.3%)을 크게 앞섰다.

2002년 17대 총선에서 낙마한 이후 4년 가까이 정치권을 떠나 당내 조직력에서는 정 의원을 따라갈 수 없지만 당 바깥에서 바람을 일으켜 당권을 접수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7일부터 고향인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지층과의 접촉을 넓히기로 한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천정배 문희상 의원은 아직까지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천 의원은 "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가 당권 싸움보다는 정체성 논쟁의 장이 돼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국 순회토론회를 제안했다.

국회 부의장직 도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문 의원은 원내외 인사들과 활발한 접촉을 하며 향후 행보를 가다듬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