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적 수사, 회유.협박까지" 판결문에 이례적 명시
경찰 "절차상 문제 없다…검거 시도한 적 없다" 부인

법원으로부터 실적을 위해 평범한 가정주부들을 무리하게 도둑으로 몰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경찰이 주부들을 지하철역으로 유인해 검거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정당한 수사 절차에 의해 진행했다.

임의동행하려 했을 뿐 검거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1일 서울 남부지법과 경찰 등에 따르면 같은 동네에 사는 주부 A(35), B(36)씨는 작년 8월13일 오후 1시께 아이들을 위한 미아방지용 팔찌를 사기 위해 서울 시내에 있는 모 귀금속점을 방문했다.

당시 주부들은 유리상자 안에 있던 귀걸이를 보고 주인의 동의를 얻어 착용해본 뒤 제자리에 놔뒀고 원래 사려던 미아방지용 팔찌 4개(시가 60만원 상당)만 주문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채 귀가했다.

문제는 이날 저녁 벌어졌다.

물건을 정리하던 귀금속점 주인이 귀걸이 두 쌍(시가 21만원 상당)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CC(폐쇄회로) TV가 설치된 방제실로 달려갔고 마침 근처에서 근무 중이던 모 경찰서 소속 C경위가 이를 알고 수사에 착수했다.

C경위는 당시 CC TV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CC TV가 10여 년 된 것이어서 화질이 좋지 않아 과연 주부들이 물건을 훔쳤는지 안 훔쳤는지를 잘 판단할 수 없었다.

C경위는 "당시 주인이 `A, B씨에게 문제의 귀걸이를 보여줬는데 잠시 다른 손님들이 와서 그분들을 상대했고 그리고 나중에 귀걸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며 "주인, 점원 등 모두 그 주부들을 의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상한 것은 그 이후 진행된 경찰 수사. 혐의점이 있으면 용의자들을 체포하든지 아니면 임의동행을 통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경찰은 주부들을 경찰서 옆 구청이나 경찰서 마당으로 불러내는가 하면 나중에는 지하철역으로 나오라고 했다.

특히 경찰이 주부들을 경찰서가 아닌 지하철역으로 불러내 검거하려 했지만 주부들이 "왜 지하철역으로 불러내느냐"며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거절해 실패했다는 의혹이 법정 공방에서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당시 C경위는 법정에서 변호인이 "피고인들을 경찰서가 아닌 지하철역로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내부 실적이 있어 피고인들을 제3의 장소로 불러내 검거하려했다"고 답변했다.

A, B씨는 "경찰이 자백하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지만 계속 부인하면 죄가 된다며 범죄 사실을 시인하라고 종용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개방형 귀금속점에서) 피고인들이 귀걸이를 끼어보고 만지는 장면이 담긴 CC TV만을 근거로 피고인들을 절도 용의자로 단정했다"며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법원은 판결문에서 "검거.수사실적 등을 올리기 위해 피해 신고에 의한 수사가 아닌 범죄인지에 의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피고인들에게 경찰서 외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권유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피고인들로 하여금 절도사실을 자백하도록 회유, 협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당시 수사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했을 뿐 아니라 수사기록을 검토한 검찰도 무리가 없다고 보고 기소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을 밖에서 만난 것은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 확인차원에서 한 것으로, 밖에서 만난 것도 3번이 아니라 1번 뿐"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주부들을 `검거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피고인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까요 아니면 동행을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니 주부들이 `동행하겠다'고 해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라며 "법정에서 `내부실적을 위해 제3의 장소에서 검거하려 했다'고 진술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고은지 최인영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