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 선행종합지수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고 경기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2개월 연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민간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경기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기 하강신호 뚜렷

통계청은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설명하면서 "상승국면이 하강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가 다소 커졌다"면서 경기하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2월과 3월 각각 -0.3포인트로 2개월 연속 내려갔으나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동행지수 전월비도 2월 0.1%, 3월 0.2%로 둔화했으나 이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0.9%, 0.7%로 높았던 데 따른 일시적 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청은 4∼5개월 정도 더 지켜봐야 경기하강 여부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행지수에서는 경기하강 신호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왔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작년 11월 0.2%포인트였으나 12월 -0.2%포인트, 1월 -1.15%포인트, 2월 -1.2%포인트에 이어 3월에도 -1.0%포인트로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이 지표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경기하강이 확실하다.

경기하강 가능성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서도 확인됐다.

3월에 늘어난 일자리는 18만4천개로 정부의 목표치인 35만개의 절반으로 둔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시근로자가 16만5천명(3.2%), 일용근로자가 3만9천명(1.8%) 각각 줄었다는 것이 향후 경기상황 악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상황이 나빠지면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해고의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 실물지표는 아직 양호

실물지표는 아직 하강모습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았다.

수출 부문의 호조로 3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0% 늘어나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생산자제품 출하도 8.6% 증가해 6개월 연속 오름세를 탔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지표 역시 아직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3월 소비재판매액은 전월대비 1.3%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4.2% 늘었다.

설비투자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4% 늘어나 2월의 -1.9%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건설기성(경상금액)은 공공부문의 공사가 증가하면서 작년 같은 달보다 3.3% 늘어났고 국내 건설수주도 5.3%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용 출하는 석유정제, 컴퓨터 등의 부진에 따라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서비스업 생산도 2월에 비해 0.1% 감소해 2월의 -0.8%에 이어 2개월째 전월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실물 지표는 양호한 가운데 내수 관련 부문이 먼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전문가 "경기둔화 가속화 우려"

경제전문가들은 내수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경묵 연구위원은 "전체경기가 완만히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경기가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면서 "내수가 둔화하는 이유는 유가와 환율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올해 내수가 3∼4년래 가장 안 좋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1.4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 데다 환율 영향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내수의 둔화세는 하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의 투자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부양정책 보다는 감세나 규제완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의 경제분위기를 호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김준억 이 율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