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왔던 시중은행들이 인건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올해는 LG카드 매각이익과 같은 일회성 수익이 사라지는 데다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등 `실적 잔치'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복병과 투자금융(IB) 분야 등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금융권 스카우트 경쟁이 가세하면서 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은행들은 업무에 따른 성과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노조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에 신입사원 공채를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올해 대학자 졸업자 250여명을 채용해 최근 배치했기 때문에 신규 인력 수요가 많지 않다"며 "다만 전문인력은 수시로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국민은행이 매년 상반기에 공채를 해온 데다 작년에는 상.하반기에 걸쳐 은행권 최대 규모인 700여 명을 선발한 점,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는 것은 인건비 절감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몇 해 전만 해도 하위권을 맴돌았으나 지난해에는 7천230만원으로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은행권 2위를 차지했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지급된 연간 급여 총액도 2006년 1조6천560억원에서 지난해 1조8천50억원으로 14% 가량 급증했다.

지난 3년간 2조원대 순익을 내면서 직원들의 처우를 꾸준히 개선한 덕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예대마진 이외에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외 경기둔화와 재테크 패턴 변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인건비 절감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장기 고령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제의 일종인 `특별 준정년제'를 전격 실시했다.

또 올해부터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에 1인당 영업수익을 반영하기로 했다.

각 영업점에서 적은 인력으로 높은 수익을 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손이 달린다'며 쇄도했던 각 영업점의 인력 추가 요청이 잦아들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보수가 크게 올라가고 복지가 개선되면서 인건비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인력이 방만하게 운용되지 않도록 중장기 인력 수급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직원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현재 급여 수준이 결코 높지 않다고 항변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지난 해에 2조7천억원의 순익을 올리고 외국인 주주에게 6천억원대의 배당금을 내줬던 국민은행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다른 시중은행들도 높은 인건비 문제로 고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작년 말 임금을 많이 받는 상위직을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신한은행은 대신 이날부터 상반기 공채에 들어가 150∼2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위해서는 업무에 따른 성과급제로 바뀌어야 하지만 노조의 반발 등으로 급여 체계를 개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