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걷힌 것을 내수 촉진에 쓸 수 있도록 5월 국회가 열리면 국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재정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15조3000억원)을 감세와 추가경정예산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재정을 조기 집행해 경기 둔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에서 가장 우선 순위에 놓여 있는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 교부금(5조5000억원 규모 예상) 정산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길 방침이다.

통상 9월에 하던 것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돈을 풀어 지방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재정의 조기 집행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의 52%를 상반기에 쓰기로 했는데 이 비율을 55%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앞당겨 지출하고 하반기에 예산이 모자라면 태풍 피해 복구 예산 등을 추경 편성할 때 세계잉여금과 올해 발생할 초과 세수로 보충한다는 설명이다.

감세안을 5월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민간에서 투자와 소비를 늘릴 여력을 만들어 주는데 이 같은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유류세 할당관세 등의 인하로 올해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을 세계잉여금으로 메워 나간다는 것이다.

기존 국채를 상환(2조580억원)하는 부분만큼 적자 국채 발행 여력이 늘어난다는 점도 과감한 감세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다.

추경 예산을 편성해 재정 사업을 늘리거나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의 예산을 1~2년 앞당겨 배정하는 방법도 있다.

추경 편성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최대 4조8000억원으로 '실탄'은 넉넉하다.

다만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으로 요건이 제한돼 현실적으로 집행이 쉽지는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내수 침체 우려를 언급하고 재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물가보다 고용이 더 걱정"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것 등이 추경 편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 상황을 경기침체 또는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유추 해석해 추경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경 요건 강화는 2006년 한나라당이 주도한 것이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스스로 뒤집기엔 명분이 약하다.

추경이 어려우면 세계잉여금 잔액을 그대로 남겨서 내년도 세입 예산으로 귀속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2008년 귀속소득분부터 적용하면 곧바로 기업과 가계에 혜택이 돌아가지만 정부의 회계처리는 내년에 이뤄진다.

따라서 남긴 돈을 내년으로 이월하면 이로 인한 세입 부족분을 메울 수 있게 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