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정유시설 건설, 남미안보협의회 창설 등 협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6일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 주(州) 레시페 시(市)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에너지, 농업 등 7개 분야의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동에서 베네수엘라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가입, 남미안보협의회 창설, 에탄올 등 바이오 에너지 공동개발, 최근의 콜롬비아-에콰도르 영토침범 논란 등 양국간 및 남미 지역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메르코수르는 지난 2006년 6월 베네수엘라의 가입 추진을 결정했으나 브라질 및 파라과이 의회의 반대로 지금까지 가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미안보협의회 창설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국방장관은 올해 상반기 중 남미대륙 12개국을 모두 방문하고 연내에 협의회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레시페 시 도착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 정부의 남미안보협의회 창설 구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남미안보협의회는 장기적으로 남미 지역을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남미판 NATO' 창설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콜롬비아 정부군의 반군단체 공격으로 초래된 콜롬비아-에콰도르 영토침범 논란을 해소하는 문제도 협의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브라질 방문 하루 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콜롬비아 정부군이 에콰도르 영토 내에 피신해 있던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대원을 공격한 사건으로 빚어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관련 4개국이 정상회의를 갖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회동에 앞서 페르남부코 주 수아페 지역에서 양국 합작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브레우 에 리마 정유시설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60%,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가 40%의 지분을 가질 예정인 이 정유시설 건설에는 40억달러가 투입되며, 계획대로 2010년 하반기 완공돼 2011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경우 하루평균 20만 배럴의 정유능력을 갖추게 된다.

정유시설 건설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PDVSA는 오는 5월부터 공식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상회의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식료품 품귀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농업 및 제조업 부문 협력 확대방안도 협의됐다.

베네수엘라는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해 생필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현재 베네수엘라 내에서 소비되는 식료품과 공산품 가운데 70%가 수입으로 조달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