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의 경영 관여 및 감시 기능이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경영 감시 등 참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이 여전히 거수기 역할을 수행하며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적 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올들어 지난 14일까지 신고된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 등의 의결권공시 내역을 조사한 결과,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공시건수는 2943건으로 전년동기보다 47.4% 늘었다. 그러나 주총안건에 95.36%가 찬성했고 반대는 0.45%에 불과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의사 표시 안건은 이사보수, 이사선임, 감사선임에 집중됐다. S&T중공업의 경우에는 우리자산운용 등 2 개 기관투자자가 재무제표, 이사선임, 이사보수한도, 감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시를 했고, 페이퍼코리아의 경 우에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 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를 표시했 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의 의결권 행사 공시 건수는 299건으로 지난해보다 146건 줄었으며 반대비율은 0.73%로 0.82%포인트 하락했다.

기관의 소극적인 행보와 달리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큰 목소리를 내는 개인투자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다우의 강종표 변호사는 이날 특별관계자 7인과 함께 아큐텍반도체 주식 72만291주(11.18%)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그는 지분변동보고서를 통해 "이사 선임 및 해임에 있어서 공동으로 의결권 행사할 것"이라고 보유목적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2년전부터 아큐텍반도체에 투자했다"며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지분 보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업투자자인 김태훈(79년생)씨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난 1월 24일 부터 디아이세미콘 주식을 장내외에서 꾸준히 사들여 지난 14일 현재 146만4254주(지분율 11.4%)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날 밝혔다.

김 씨는 "전 경영진의 횡령 등 불법적인 일을 보고 직접 경영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경영권 확보 이후 IT와 부동산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이세미콘은 최근 김준로 전 대표가 81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ㆍ배임한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신고한 지분 이외에 추가 확보한 주식까지 합치면 총 지분율이 27% 가량에 이른다"며 "향후 50%까지도 높일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위지트, 한림창투 등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지분을 매집하며 감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액토즈소프트 소액주주모임도 지분을 늘리며 감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안재광 기자 chs8790@hankyung.com,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