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탄절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됐던 이혜진(11) 양의 토막난 시신이 지난 11일 발견된데 이어 그로부터 일주일만인 18일 오후 우예슬(9) 양으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두 어린이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3시30분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우양파크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 헤어진 뒤 오후 5시께 안양8동 안양문예회관 인근 상가 주인에게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두 아이의 부모는 26일 오전 0시20분께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으나 경찰은 사건발생 사흘이 지난 28일 안양경찰서 냉천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일주일만에 공개수사에 착수해 뒷북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경찰은 이후 안양8동과 안양6동 등 8천여 가구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연인원 2만4천여명을 동원, 이 일대 주택가 옥상과 지하실, 정화조, 맨홀 등에 대해 정밀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실종 77일만인 지난 11일 오후 4시45분께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호매실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향토방위훈련 중이던 예비군에 의해 이 양의 토막난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DNA 대조를 통해 토막난 시신이 이 양의 것으로 확인된 13일부터 경찰은 시신 발견지점 주변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이 양의 집 주변에서 홀로 사는 남성과 우범자 등 수백명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 양의 집 근처에 혼자 사는 정모(39.대리운전기사) 씨가 실종 당일 오후 렌터카 회사에서 차량을 빌려 다음날 오후 반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차량에서는 이 양과 우 양의 혈흔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에 나서 사건 발생 82일, 이 양 시신 발견 닷새만인 지난 16일 오후 9시25분 충남 보령 정 씨 어머니의 집에 있던 그를 붙잡았다.

정 씨는 검거 직후부터 "실종 당일 저녁 대리운전을 했다"며 15시간 동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경찰이 이 기간 정 씨가 대리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근무기록 등 증거물을 제시하며 추궁하자 17일 낮 12시께 "이 양과 우 양을 살해했다"고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이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듯 했으나 정 씨는 이후에도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함구한 채 우 양의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서도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정 씨가 유기장소로 지목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와 군자천변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펴고도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84일만인 18일 정 씨를 시화호 주변 개천가에 데려가 시신 수색작업을 한 끝에 이날 오후 4시43분께 군자천 군자8교 상류에서 우 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잘린 오른팔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6시40분까지 토막난 5개 부위가 잇따라 발견됐다.

이러한 가운데 정 씨는 "교통사고로 두 초등생을 죽였고 (사고 은폐를 위해) 시신은 집 화장실에서 처리해 유기했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