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 배제 약속 반면 외부 입김 경고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미국 등 서방의 '투명성' 제고 압박과 관련해 '정치적 목적의 투자를 삼가겠다'는 등의 자율적인 규제 방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 9천억달러 가량의 자금을 운영하는 세계 1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유셰프 알-오타이바 국제국장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또다른 선진 7개(G7) 재무장관,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럽연합(EU) 집행위 간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ADIA는 3쪽 분량의 서한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국부펀드가 투자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하는 한편 서방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향후 투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임을 약속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아부다비측은 그러나 외부 입김에 의해 투자가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도 상기시킨 것으로 신문은 덧붙였다.

국부펀드들은 서방이 투명성을 높이라고 압력을 가하는데 대해 반발해왔다.

알-오타이바 국장은 "아부다비가 국부펀드 투자를 외교 정책의 도구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투자 위험을 감안해 최대 수익을 올리는 쪽에 항상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이와 관련해 서방도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국부펀드에 대해 차별적인 입장을 취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면서 국부펀드 '투자 9개 원칙'을 언급한 것으로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그러나 월가측이 관심을 보여온 의결권 행사 문제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 국부펀드가 서방의 투명성 제고 압력에 대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널은 "월가도 신용경색 심화로 인해 국부펀드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면서 따라서 "이런 식으로 상호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 월가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