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동시 전면신고' 요구.."신고 형식엔 유연히 대처"

북한과 미국이 합의시한인 지난 해 연말을 넘겨 장기간 표류 중인 `북핵 2단계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확실히 뒷받침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각각 수석대표로 한 북.미 양국 대표단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와 북한 대표부를 번갈아 오가면서 양자회담을 열어 현 교착 상황을 공동으로 진단하고 외교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집중적 협의를 벌였다.

14일 오전까지 진행될 이번 회담의 초점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의 진앙인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의 존재 및 신고 여부,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 북한의 핵확산 시도 여부이다.

그동안 미국은 영변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과 UEP,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을 정확하게 신고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왔으나, 북한은 UEP와 핵협력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작년 10월 3일 북핵 6자회담에서 타결된 2단계 북핵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한다.

이에 상응해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과정을 개시하고 경제.에너지 보상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6자회담 진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UEP와 핵협력 의혹에 관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함으로써, 2단계 북핵 합의의 이행을 조속히 완료하고 북핵 폐기와 북미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3단계 협상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외교적 해법과 관련,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1972년 미중 관계정상화를 위해 채택한 `상하이 코뮈니케'를 참고해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병기해 상호 체면을 살리는 신고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미 행정부 일각에서 초기 핵신고 과정에서는 플루토늄 문제만을 포함해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고, UEP와 핵협력 의혹은 추후에 논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첫 회담장인 미국 대표부로 출발하기에 앞서 숙소인 오텔 들라 페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나 "신고 형식의 유연성은 생각해볼 수 있지만,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돼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유연성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신고 형식에 대해서는 논의해왔지만, 어떤 요소들을 다른 요소들과 분리하거나, 시간과 공간적으로 요소들을 분리하는 것을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형식이 어떻든, 신고 서류들이 어떻든 협의할 수 있지만 우리는 본래 모든 요소들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논의할 것들이 많아서 3월은 중요한 달이며, 이달 안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전체 프로세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지금 우리가 하려는 것은 신고에 관한 철저한 논의"라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신고는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측에 전달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하고 `완전하고 정확한' 북핵 신고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6개 당사국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힐 차관보가 요청했던 지난 번 베이징 회동에는 응하지 않았던 김계관 부상이 이번 제네바 회담은 먼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측이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이날 낮 12시 35분께 부터 먼저 미국 대표부에서 1시간 협의를 가진 뒤 점심식사를 위한 휴식 시간을 가졌으며, 오후 4시 35분께 부터 북한 대표부에서 회담을 재개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권혁창 특파원 lye@yna.co.kr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