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13일 BBK 의혹과 관련 대선 과정에서 `BBK 명함'을 공개해 당선인의 BBK 연루 의혹에 불을 지폈던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를 소환조사했다.

특검팀은 해외에서 전날 귀국한 이 전 대사를 이날 오후 출석시켜 당선인이 건넸다는 명함 원본을 확인하고 명함을 받게 된 경위와 명함을 공개 후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항의전화의 내용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대사는 "당선인의 범죄행위는 광운대 동영상이 나온 지난해 12월 16일에 이미 드러났다"며 "선진민주주의 국가라면 특검법이 통과되는 날 사퇴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선인으로부터 "친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항의전화를 받았을 때 당선인이 선거가 끝나면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거절했으며 그 후에는 당선인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특검에 출석하기 직전에도 "제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명함은 거의 가치가 없고 보충적 증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대선 직전인 작년 11월 "2001년 5월 30일 이 후보 소유의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받았다"며 `BBK투자자문주식회사.LKeBank.eBANK증권주식회사. `李明博(이명박) 會長/代表理事(회장/대표이사)'라고 새겨진 명함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BBK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BBK가 누구의 소유냐가 쟁점인데 객관적 증거로 BBK가 김씨의 회사란 사실이 밝혀졌고 이 후보와 무관하다는 것이 확인돼 명함이나 인터뷰 내용 등은 수사할 필요가 없어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 전 대사를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이날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씨를 다시 불러 보강조사를 벌이는 한편 대금 사용 흐름에 대해 당선인의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를 건네받았다.

아울러 특검팀은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윤여덕 ㈜한독산학협동 단지 대표를 재차 불러 땅 분양과 KGIT빌딩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 과정에서 로비를 했는지, 사업자금을 개인 용도로 썼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