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지난달 말 지방의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투자자들과 실수요자,주택업체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제도는 전매금지,주택대출 등 신규주택 구매에 따른 규제를 담고 있는 것들이어서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달에는 전국에서 3만여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전망이다.재건축.재개발단지의 조합원 물량을 뺀 순수 일반분양 아파트는 2만여가구에 이른다.통상 2월이 분양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엄청난 물량이다.따라서 이번 2월 물량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예정이다. 공급물량이 풍부한 만큼 청약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 만한 유망지역 단지들도 적지 않다.서울.수도권에서는 용인.광주,서울 뚝섬 상업지구,동탄.파주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2월 공급물량 역대 최대

통상 12월부터 1,2월은 분양 비수기인 탓에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시즌이다.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신규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서브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수도권 1만2684가구,지방 1만9858가구 등 모두 3만2547가구에 달한다.이 가운데 일반 분양아파트도 2만6938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수도권에서는 우선 현대건설이 용인 성복동에서 2157가구의 대단지를 선보일 계획이다.이어 GS건설도 마북동에서 2개 블록에 618가구를,성복동에서 500가구를 각각 분양한다.수지 신봉동에서는 동일하이빌이 1462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동부건설도 1238가구의 조합아파트를 준비 중인데 이 중에 298가구가 일반분양물량이다. 이외에 용인 흥덕지구에서는 현대건설이 570가구를 분양한다.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광주 송정동에서는 우림건설이 368가구를,초월읍에서는 신창건설이 416가구를 각각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단연 성수동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이 눈길을 끈다.한화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230가구,19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특히 분양가가 3.3㎡당 평균 4500만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가 아파트여서 수요자들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GS건설 천안 성거읍 1350가구,서해종합건설 아산시 권곡동 1043가구,엘드건설 대전 원신흥동 1253가구,영조주택 부산 명지지구 1000가구,대림산업 경북 경산시 중방동 1494가구 등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타운하우스 공급도 예정돼 있다.파주신도시에서는 풍성주택과 동문건설이 각각 72가구와 98가구를 공급하며 동탄신도시에서도 동양건설산업이 32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동탄에서는 3월에도 대우건설이 96가구의 타운하우스를 선보인다.보라지구에서는 동양시스템즈건설이 215㎡짜리 36가구를 분양한다.

◆가격.입지 따른 청약선택 기회 많아

이처럼 올 2월에 역대 동기 대비 사상 유례없는 물량이 쏟아지지만 일부 유망지역을 제외하고는 초기 분양시기에 분양을 완료할 수 있는 단지는 드물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이미 작년 11월부터 석달 연속 13만가구 정도의 신규물량이 쏟아진 데다 분양시장 침체,계절적 비수기 등이 겹쳐있기 때문이다.또한 최근 신규공급 물량이 대부분 분양가상한제를 피한 아파트들이어서 주변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높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선뜻 청약에 나서는 데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반면 물량이 풍부한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예상하고 다양한 옵션을 추가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따라서 수요자들은 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4순위 청약'을 통해 분양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 용인만해도 분양가가 3.3㎡당 1500만~1600만원 선으로 예상되는 성복동,신봉동 일대에서부터 1000만원대 밑으로 책정될 흥덕지구 물량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특히 가점이 낮거나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1주택 보유자들은 상반기에 나오는 유망 분양물량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4월 총선 이후 규제완화가 가시화될 경우 자칫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 내집마련 기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이미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당분간 공급시기를 한 템포 늦추겠다는 입장이어서 하반기엔 새 아파트 청약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어느 때보다 신규분양 물량이 많은 데다 가격.입지여건 등의 조건도 제각각이어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요즘 분양시장의 특징"이라며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나 지분형 아파트 등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경쟁률이 낮을 때 유망단지를 청약에 나서보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