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내지 '88만원 세대'에서 벗어나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올 한해.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채용시장에서 구직자들의 운명을 좌우했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구직자들을 선호하고 또는 배척했을까.

'튀어야 산다'는 것이 최근 성공의 열쇠처럼 여겨졌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언제나 통하는 정답. 반면 예의에 어긋난 언행과 사소한 실수로 다 잡았던 일자리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한해 하반기에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베스트&워스트' 지원자 사례를 모아 1일 발표했다.

◇ '이럴 때 인사담당자 감동 먹는다' =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그리고 성실하게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마련이다.

GS칼텍스 인사담당자는 자사 경쟁력을 면밀하게 분석해 향후 회사가 취해야 할 중ㆍ장기 사업전략을 세워온 지원자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GS칼텍스 면접 전형에의 주제 중 장기 사업전략 제시에 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 지원자는 성실하게 준비한 전략을 소신껏 발표해 면접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아모제 인사담당자는 채용이 진행되기 6개월 전 입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메일로 물어보고 실제 면접에서 자신이 아모제에서 일하기 위해 반년 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해가며 이야기한 지원자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정보기술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의 개인사를 담은 사진들을 '현대정보기술에 입사하기 위해 걸어온 길'이라는 콘셉트로 정리해 보여 준 지원자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많게는 수백 대 일에 달하는 경쟁자들 속에서 자신만의 능력과 개성을 보여주는 창의성은 채용시장의 필수 요건.

GS홈쇼핑 MD직군의 한 지원자는 '나를 판매한다'는 홈쇼핑의 방송형식을 빌려 자기 소개를 했다.

본인의 강점은 물론 입사 후 포부까지 상품정보를 제공하듯 진행해 면접관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종합식품업체 기린 인사담당자는 마케팅 분야의 한 지원자가 개인기를 묻는 질문에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하며 직접 팔굽혀펴기를 선보여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사 디자인 부서 지원자 중 한 명은 이력서 사진과 다르게 삭발을 하고 면접에 참여, 강렬한 인상과 재치 있는 답변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 '이렇게 하면 당연히 떨어진다' = 구직자의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이나 불성실함에 인사담당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양유업 인사담당자는 타사와 중복 합격한 후 태도가 돌변한 지원자가 가장 황당했다고 말했다.

애초 자사 채용전형에서는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궁금한 점을 수시로 전화해서 물어보던 지원자가 타사와 중복 합격이 된 이후에 거만하고 예의 없는 태도로 돌변했다는 것.
동원그룹 인사담당자는 면접장에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지원자가 가장 황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여성 인사담당자에게 '언니'라고 호칭하는 등 예의 없는 행동을 보였던 지원자도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아모제는 면접 보는 회사의 사업구조나 브랜드도 모르고 와서 당당하게 '모른다'고 답변하는 지원자, 아무리 개성시대라지만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의 무성의함에 씁쓸했다고 말했다.

KTH 인사담당자는 압박면접에서 눈물을 보인 지원자를 가장 당황스러운 사례로 들었다.

지원자의 역량과 능력은 높이 평가되었지만 업무강도 및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거라고 판단, 불합격 처리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치열한 채용경쟁 속에서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참신하고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가 늘고 있다"며 "자신의 열정과 정성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튀거나 돌발적인 행동은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