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세제 개혁의 골자는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2006년 기준으로 21.2%에 달하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세금/국내총생산)을 미국(18.8%)이나 일본(16.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으로 '작은 정부' 선거 공약과도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감세 공약에는 세제 개혁을 후퇴시키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법인 세율 인하 등은 세계적 조류와 맞아떨어지는 선진적 개혁 조치로 볼 수 있으나,특정 분야에 대한 세금 감면.비과세 혜택을 늘리려는 것은 세제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MB노믹스 세제 개혁이 기존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만 개혁하는 '실용개혁'으로 흐른 것은 학자에 비해 현실 감각을 중시하는 관료 출신(강만수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재정경제원 전 차관)이 밑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에서도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

세제 개혁을 평가하는 잣대는 △형평성 △효율성 △단순성 등 세 가지다.

소득이나 담세 능력에 따라 세금 부담이 적절하게 분배돼야 하고(형평성),세금 부과로 인해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흐르지 않아야 하고(효율성),세금과 관련된 법령이 너무 복잡해서 행정 비용이 과다해지는 것도 막아야(단순성)한다.

여기에다 다른 나라의 자본이나 노동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국제경쟁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이 당선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1억원 이하 법인소득에 13%를 적용하던 최저세율은 10%(소득액은 2억원까지 확대)로 낮추겠다고 공약을 통해 밝혔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세제 감면 수단도 일부 동원하기로 했다.

법인세 인하는 더 많은 기업 활동을 유발하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

개인 사업을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 자영업자의 기업 설립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만수 부위원장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경쟁 대열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경쟁국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법인세를 시급히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비과세.감면 축소엔 소극적

반면 개인소득세는 세율 인하보다는 각종 조세 감면.비과세 조치 등을 통해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축소로 과세 기반을 확대한 뒤 세율 인하를 하겠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실제로는 근로자 주택마련저축.교육비.의료비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근로자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자영사업자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세감면.비과세는 사실상 예산 지원이다.

받아야 할 세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세금을 모두 받은 뒤 해당 금액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에서 조세감면 및 비과세를 담당하는 과가 '조세지출예산과'로 명명된 이유다.

문제는 올해 조세감면액이 22조7000여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6.4% 증가하는 등 이미 과도하다는 점이다.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소득세(13조5833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돈이 220여개 조세감면 항목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팀장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정책 수단으로 자꾸 사용하면 이익집단의 요구에 취약해지고 과세체계가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개발(R&D)투자 세액공제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빼고는 세목과 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당선자의 조세 개혁은 덜 개혁적이다.

◆세제 단순화도 시급

정치인과 관료들은 세율을 일률적으로 인하하거나 세목을 단순화하는 것보다는 각종 조세감면과 비과세 제도를 통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특정한 이익집단을 끌어들이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율을 인상하는 것보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 세금을 더 쉽게 걷을 수 있다는 정치적인 이유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너무 복잡해졌다.

최명근 경희대 교수(조세법학)는 그의 논문(2000년대 우리나라 세제.세정의 개혁과제)에서 "관세를 제외한 국세가 15개,지방세 15개 등 우리나라의 세목이 30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예로 자동차를 거론하며 "제조.반출.판매하는 단계에서 특별소비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취득단계에서는 등록세.교육세.취득세.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며,보유단계에서는 자동차세.교육세가 부과되고,운행단계에서는 유류교통세.교육세가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복잡한 세목과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들을 그대로 둔 채 세제 개혁을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주장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세금감면.비과세 조항들을 대거 없앴고,소득별로 다르게 적용됐던 세율을 하나로 통일하는 등 세제를 단순화한 것에 비하면 MB노믹스 세제 개혁은 정책 수단으로서의 세제를 포기하지 않는 '불완전한 개혁'이기 때문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