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5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교사 A씨(62)는 이달 초 도착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이미 결혼했거나,조만간 결혼을 앞둔 두 자식에게 보유하고 있던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 2채를 각각 증여하는 등 종부세 경감을 위해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명의로 된 아파트와 토지 등에 1500만원에 달하는 종부세가 부과된 것.

총자산이 100억원을 넘는 A씨에게도 거액의 종부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종부세액이 1000만원을 넘어 두 달에 걸쳐 나눠낼 수 있고 그나마 내가 일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역시 종부세만 1년에 1500만원이면,보유자산의 상당수가 부동산인 저같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주변에 남편과 아내 둘 다 직업이 없는 친구들은 엄청나게 힘들어 합니다."

국세청이 지난달 말부터 종부세 납부 대상자에게 자진납부 세액이 기재된 신고서를 발송했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작년보다 약 40% 이상 증가된 숫자로,지역별로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전체 93%를 넘었다고 한다.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기기 전에도 은행의 강남 PB센터에서 오래 근무했던 필자의 경우 고객 대부분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거의 전부가 이번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자가 됐다.

이들은 얼마 전 종합부동산세 납부고지서를 받아보고 A씨와 마찬가지로 작년보다 부쩍 늘어난 세액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최 부장,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한 달에 1000만∼2000만원 세금은 너무 부담스럽잖아"라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아줌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역시 국세청이었던 모양이다.

자진신고율이 98.3%에 달했다니 불만은 많았지만,어떻게든 내긴 낸 셈이다.

자진신고율이 이렇게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세액공제 혜택 때문이 아닐까한다.

신고기간 내 납부하면 세액공제 3%의 혜택이 주어진다.

미납자는 "내년 2월 말까지 납부하라"는 결정고지서를 받게 되는데,이를 어길시는 3%의 가산금이 주어진다.

아무리 세금 납부액이 늘었다고 무턱대고 안내고 버틸 수는 없다는 게 상당수 강남아줌마들의 얘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큰손' 고객들의 연말 자산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난감해 했던 부분이 바로 종부세 납부액 마련이었다.

특히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은 상당수 프라이빗 뱅킹(PB) 고객의 경우 난감하기 이를데 없어했다.

물론 아직 만기가 남아있는 예금이나 펀드를 중간에 깨면 손쉽게 종부세를 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예컨대 작년 말에 은행의 특판 정기예금을 들어놓은 게 곧 만기인데,세금납부를 위해 중도에 해지하면 약정이율보다 낮은 이율을 적용받게 되는데,이는 곧 기회손실을 보는 셈이다.

그렇다고 수익률이 잘 나오는 해외펀드를 환매하자니 환매입금일 등을 고려해 볼 때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최근 가입한 펀드의 경우는 선취수수료 등을 납부한 상태인데다가 요즘 시장이 좋지 않아 수익률도 형편 없어 선뜻 환매하기에는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예금 담보대출을 하자니 인지세 등 수수료를 내야 하고 무엇보다 금리가 최근 많이 뛰어 이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은 고객 입장에서는 자금마련을 위해 이리 뛰고,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결국 미리 종부세 납부를 위한 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강남아줌마들은 거래 중인 PB센터를 통해 일시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아 세금을 내는 방법을 꽤나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별도의 수수료 없이 신청 당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 생각으로 신용대출을 한 강남아줌마들이 많았다.

이번 달이 지나고 일선 은행 PB센터의 실적을 집계해 보면,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면서 내년에는 1가구1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올해보다는 다소 경감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부세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명박 당선자는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담을 '완화'해준다고 공약했지,'면제'해준다고 하지는 않았다.

종부세 납부기준을 현행 공시지가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조정은 있겠지만,내년에도 여전히 종부세라는 세금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을 강남 부자들에게 제안을 하나 할까 한다.

내년 연말에도 아무런 준비없이 있다가 마음고생하지 말고 연초부터 자금계획을 세워 종부세 납부에 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필자가 은행 PB센터에 근무하던 시절 몇몇 고객들이 사용했던 방법인데,종부세 납부만을 목적으로 1년짜리 주식형펀드를 가입하는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게 세금이라면 미리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최철민 < 미래에셋증권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