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주공5, 개포 주공 대선직후 1천만-2천만원 상승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술렁거리고 있다.

이 당선자는 기업CEO 출신의 '시장경제론자'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인 규제 정책을 써온 참여정부와는 다른 정책기조를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 시절 도심 용적률을 높여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인하를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건 만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당선자의 후보시절 공약이 대통령 인수위 등을 거치며 어떻게 다듬어져 나올 지 주목하고 있다.

◇ 재개발, 재건축 등 기대감 높아 =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 발표된 20일 오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서도 용적률 인상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 송파 잠실 주공5단지 등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발표된 이달 초부터 급매물이 팔리거나 회수되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2천만-3천만원까지 높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 직후인 20일에도 주요 재건축 단지 매도자들은 벌써부터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1천만-2천만원 정도 추가로 올리고 있다.

새 정부가 용적률이나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재건축 규제를 풀어 사업을 활성화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 주택형의 경우 지난 18일까지 호가가 12억원이었는데 대선이 끝나자마자 12억2천만원으로 2천만원 뛰었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대선 직전까지 전체 매물이 11개 정도였으나 하루만에 매물을 거둬들여 현재 4-5개로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 단지도 마찬가지다.

42.98㎡의 경우 대선 전 7억8천만원이었으나 대선직후인 20일에 매도 호가가 1천만-2천만원 정도 올랐다.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앞으로 재건축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라며 "가격이 오르자 매수세가 끊겨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 뉴타운(재개발).재정비촉진지구도 분위기가 들떠 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강북 뉴타운 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했던 만큼 강북개발 사업이 날개를 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용적률 인상이 임대주택 의무건립(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이중삼중 규제가 쳐 있는 재건축보다는 정부 지원아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쪽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재건축 보다는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적은 뉴타운.재개발의 규제 완화 폭이 클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J&K투자연구소 권순원 대표는 "다만 뉴타운 지역의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외지인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단기간내에 투기장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부 대운하 개발이 시작된다면 대구.광주광역시, 충주시, 구미시, 경기도 여주군 등 운하 인근 지역도 후광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종부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최근 고가 아파트 인기가 시들한 것이 세금과 대출 규제 때문이었다"며 "대출 규제는 여전하지만 일단 종부세 등 세제 완화에 대한 시그널만 주더라도 잠재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간내 큰 변화는 없어 =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당장 부동산 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10만가구를 돌파하며 위험 수준까지 온데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싼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을 꺼리거나 내집마련을 미루는 경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의 '돈줄'인 주택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신규 주택 구매 수요가 발생하기도 힘든 구조다.

새 정부도 규제를 마구 풀어댈 경우 투기를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참여정부의 정책을 단기간내에 뒤엎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간 연구소가 내놓은 내년도 집값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 구매력 양화와 양도세.종부세 부담 증가, 미분양 증가 등의 이유로 집값이 올해보다 1.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비슷한 이유로 전국 주택 매매값은 1.5%, 수도권은 2.0% 오르는 등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새 정부의 세제 완화, 규제 완화 의지가 내년에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것을 연착륙으로 완화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고 있던 대기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올해보다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내년이후 서울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다세대(연립) 등 소형주택 멸실과 그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 분양가 상한제 및 청약가점제 실시에 따른 매수 대기자의 관망세 확대로 전세수요가 증가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내년에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전세 이동이 많은 짝수해라는 점도 전셋값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 당선자가 밝힌 '신혼부부 주택 12만가구 공급' 정책도 매매 보다는 전세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이 당선자가 부동산 시장을 잘 알아 규제를 풀더라도 그에 상승하는 집값 안정대책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집값이 크게 요동치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전셋값 안정이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