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사는 아들에게 전 재산을 빼앗긴 뒤 현지에 버려진 안타까운 사연이 SBS의 '긴급출동 SOS 24'를 통해 알려진 노부부가 국내에 보금자리를 얻어 귀국했다.

서울 은평구는 23일 "아들에 의해 필리핀에 버려진 80대 노부부의 임시거처가 관내에 마련됐다"고 밝혔다.

방송이 나간 후 SBS는 후속취재 과정에서 노부부의 근황이 긴급구조를 요청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해 필리핀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과 국내 독지가, 현지교민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이들 부부를 지난 21일 서울로 데려왔다.

SBS는 서울시립은평복지관과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의 협조를 얻어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 노부부가 사용할 임시거처를 마련했으며, 은평구는 노부부의 귀국에 앞서 지난 19일 이 아파트를 도배하고 장판을 바꾸는 작업을 벌였다.

SBS 관계자는 "방송이 나간 후 노부부의 근황을 관찰하던 중 이들을 하루 빨리 국내로 이송,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1일 국내로 데려왔다"면서 "서울시립은평복지관 등의 도움을 얻어 노부부의 임시거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긴급출동 SOS 24'는 지난 9일 방영된 프로그램을 통해 10여년 전 필리핀으로 이주한 이들 부부의 아들이 현지 여성과 결혼, 개인사업을 통해 상당한 부(富)를 축적했으며 은퇴 후 생활을 하고 있던 부모를 '필리핀에서 함께 살자'고 속여 올해 4월께 현지로 데려가 부모 명의의 재산을 가로챈 뒤 잠적했다고 폭로했다.

아들에 의해 버려진 뒤 현지 교민사회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 노부부 가운데 남편은 머리를 다쳐 현지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