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 자금으로 과연 얼마를 준비해야 하는 걸까?

현재 55세인 사람이 곧바로 은퇴해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면서 90세까지 살게 된다면 대략 7억7000만원을 쥐고 있어야 한다.

물가상승률 3%,투자수익률을 3.5%로 가정한 경우다.

지방의 한 공기업에서 은퇴를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자리에서 이 금액을 제시했더니,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자식 키우면서 그만큼 돈을 모아둔 월급쟁이가 얼마나 되겠느냐,그리고 월 200만원은 생활비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제시하는 노후자금 규모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다.

지혜를 짜내면 작은 집과 연금, 저축 등을 합쳐 2억~3억원으로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은퇴를 바로 앞두고 있는 분들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노후 생활비는 은퇴 후 부부의 생활비만 생각해야 한다.

만약 자녀들과 관련된 지출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에 관한 별도의 재무설계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 자녀들을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면 자녀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은퇴 후의 생활비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로 충분하다.

참고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도 말 기준으로 노부부의 월평균 생활비는 서울이 154만원,시나 광역시는 130만원,그리고 군 지역의 경우에는 97만원이었다.

노후생활의 스타일과 수준에 따라 생활비의 편차가 있게 마련이므로 자신이 생각하는 생활수준에 맞추어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준비된 자금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앞의 계산에서 투자수익률을 7%로 높인다면 필요자금은 4억70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물론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면 리스크도 그만큼 증가하므로 투자에 관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새삼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하겠지만 앞으로 남은 30여년의 생애를 생각하면 새로운 공부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셋째,준비된 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생활수준을 낮추는 노력과 마음에 여유를 갖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주택연금 등을 활용하거나 부업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돈이 얼마나 준비됐는가 하는 고민보다는 오히려 은퇴 후 생활을 어떻게 가치있게 보낼 것인가 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후준비 자금! 미리 준비했다면 마음이 홀가분하겠지만 은퇴를 앞두고서 재무적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재무설계는 나 자신의 삶에 관한 설계다.

통계적인 기준치는 참고 자료로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내 삶의 가치와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기준에 맞춰 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면 된다.

만약 내가 원하는 생활수준과 현실적인 자금 사이에 괴리가 있다면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정신적 여유를 넓혀나가면 되는 것이다.

김희철 < 외환은행 PB영업본부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