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숨김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다."

3일 오전 첫번째 단독 정상회담 직후 남측 수행원들과의 점심을 위해 옥류관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두 정상간 2시간 15분에 걸친 만남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듯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회담 분위기와 오후 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부분과 인식의 차이가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진지한 자세로 정상회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20분 간에 걸친 오찬 인사말에서 평화 합의와 공동의 경제번영을 위해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부분에 인식을 같이하진 못했지만 (김 국방위원장이)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번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화해와 통일에 대해서는 논쟁이 따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가지 쉽지 않은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제한 뒤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신의 벽을 좀 더 허물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예를 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개성공단을 아주 만족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북측이 속도의 문제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식 관점에서 우리 편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었냐. 북측이 볼 때 역지사지 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의 입장과 북측이 생각하는 방향도 존중해서 불신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 드린다"고 남측 수행원들에게 당부했다. 또 "어제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단지 마음 속의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파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6·15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한 장이 남북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를 엄청나게 높여 줬다"고 평가하고 "우리 식으로 얘기해서 `돈으로 따지면 그 가치를 얼마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성과가 있다'고 (남측에서) 말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정상회담이) 그때만큼 큰 파장을 기대하긴 어렵겠다"면서도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모습 또한 전 세계에 `한반도가 더 이상 말썽의 지역, 불안의 지역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와 믿음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또 "어제도 평양 주민이 연도에 많은 사람이 나와 따뜻하고 열렬히 환영해 매우 기분이 좋았다"면서 "그와 같은 배려를 해주신 북측 당국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도에 계신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표정이 그렇게 간절할 수 없었다"면서 "남북의 국민이 나눠져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그분들의 표정에서 생생하게 보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대통령이 된 뒤) 그동안 수십 개 국을 다녔지만 북측 땅만큼 먼 나라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음식도 똑같고 잠자리도 똑같고 통역도 필요 없고 정말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역사적 현장에 함께하고 계시다"면서 "양국 간 평화정착, 공동의 번영, 마침내 화해와 통일로 가는 과제가 순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김 위원장과 북측 인민들의 건강과 행운을 함께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인사말을 마친 뒤 노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별실로 자리를 옮겨 이들과 함께 오찬을 나누며 오후 회담을 준비한 뒤 오후 1시 40분께 김 위원장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백화원 영빈관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