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올해 추석 대목을 맞아 두자릿수의 선물용품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명절 특수를 만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은 올해 추석 연휴기간이 길고 기업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에 선물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추석 15일 전인 지난 10일부터 닷새 전인 20일까지 11일간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같은 시기보다 22%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와인의 매출 증가율이 85%로 가장 높았고 전통적인 인기품목인 한우세트와 건과류, 청과류도 30%, 45%, 35%씩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추석 선물용품 판매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21% 신장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와인 매출이 전년의 두배로 뛰었고 정육세트 매출증가율은 31%를 기록했다.

이밖에 건식품류 24%, 과일류 21%, 굴비 19%, 건강식품 18%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10% 이상 늘었으며, 특히 과일은 용량을 줄인 대신 당도를 선별해 구성한 '명품세트' 매출이 84%나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전 18일인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선물세트를 포함한 식품부문 전체 매출이 17.1% 늘었다.

정육은 20.8%의 매출신장률을 보였고 건강보조식품은 25.9%, 청과는 16.1%, 굴비는 17.1% 각각 증가했다.

주류는 와인이 작년 동기보다 56.0% 매출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양주는 오히려 22.2% 줄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추석선물세트 매출이 작년보다 22% 올랐으며, 추석 직전 주말 이틀간 실적을 합하면 매출 증가율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특수는 할인점으로도 이어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21일간 선물세트 매출이 16.1% 늘었으며 갈비(77.3%), 건강식품(33.1%), 굴비(25.7%), 과일(26.0%), 와인(25.4%) 등 품목의 매출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주류 중 위스키와 민속주는 각각 9.8%, 3.7% 매출이 떨어졌고 식용유 등 저가형 선물의 매출증가율도 10.4%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20일까지 15일간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10%, 38% 신장한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길고 연휴 직전이 주말이라 쇼핑기간이 늘어난 데다 실적이 좋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물용품 주문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추석용품 판매가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여 추석 판촉기간 매출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다"고 전했다.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추석 경기가 전반적인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추석상품을 제외한 품목들의 매출 증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데다 소비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패션부문의 매출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추석선물이나 상품권 구매가 20-30% 가량 늘어난 데에 비하면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석경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여지며 정확한 하반기 경기 위기는 10월 정기세일이 끝나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