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들을 진료해 준 뒤 절차를 어긴 채 의료급여를 지급받아 무거운 과징금을 물게 된 의사들에 대해 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 상당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안철상 부장판사)는 28일 보건복지부 관련 고시를 어긴 채 의료급여를 받았다가 과징금 등 부과처분을 받은 정신과 의사 전모ㆍ박모씨가 보건복지부와 서울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받은 급여 액수만큼은 지자체가 징수하는 것이 옳으나 이와 별도로 보건복지부가 전씨와 박씨로부터 업무정지 40일에 해당하는 과징금 6천800여만원과 3천여만원씩을 각각 부과한 것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절차에 위반해 급여를 받았으므로 과징금 부과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병원을 차려놓고도 복지시설을 적극 방문해 진료한 것은 사회전체 이익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이득액 이상의 과징금을 납부하라는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행위는 현실적 제약이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급여 지급 범위를 넓힌 면이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전문 지식을 갖춘 원고들로부터 적시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고 평소 입소시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 등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전씨와 박씨는 지자체의 위탁을 받아 사회적 보호가 절실한 정신장애자 및 알코올 중독자 등을 보호하고 있는 한 보호시설에 2005년 7월부터 6개월간 1주일에 2∼3회씩 방문해 진료를 했다.

이들은 사전에 구청으로부터 `왕진결정 통보'를 받아야 하나 몇주씩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이유로 통보를 얻지 않은 채 진료를 한 뒤 의료급여를 받았으며 이런 행위가 부당하다는 사유로 보건복지부 및 구청으로부터 과징금과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