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유자가 임차인을 다른 곳으로 위장전입시켜 주택 담보대출금을 실제 보다 많이 빌리고도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실수로 전입신고를 받아 준 지자체가 은행측 손해의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배기열 판사는 27일 임차인이 있는 줄 모르고 아파트 담보대출금을 많이 빌려줬다가 돈을 일부 회수하지 못한 K은행이 "잘못된 주민등록 내용을 믿었다가 손해를 봤다"며 서울 강서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배상액은 K은행이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해당 아파트를 경매에 부쳤지만 임차인의 몫으로 배당된 6천여만원의 60%인 3천600여만원이다.

재판부는 "피고측 공무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아파트 소유자가 부탁하자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대리신고를 받아줬고 그런 과실로 작성된 주민등록을 신뢰한 원고는 담보가치를 과대산출해 대출을 했다가 손해를 봤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로서도 임차인이 입주 10일만에 다른 곳으로 전출했다는 의심스런 정황이 있는데도 현장 조사 등을 생략한 채 담보가치를 매겨 돈을 빌려준 책임이 있으므로 40%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소유자인 남모씨는 2002년 11월 권모씨가 임차해 거주하게 된 동생의 인근 아파트와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선순위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대출을 받기 위해 딸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구청 공무원에게 권씨를 친척 집으로 전입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구청 공무원은 권씨가 전입에 동의했는지 알 수 없다며 신고수리를 거절했으나 남씨측이 "걱정하지 말라"고 사정하자 신고를 받아줬고 같은해 11월 K은행은 주민등록상 권씨가 전출한 것으로 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남씨측에 주택담보대출금 3억8천여만원을 빌려줬다.

은행측은 남씨가 돈을 갚지 않자 아파트를 경매했으나 선순위 임차인이던 권씨에게 6천여만원이 배당되고 자신은 2억여원만 회수하는 데 그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