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6시40분(이하 현지 시각) 페루 남부지방을 강타한 리히터 진도 규모 8의 강진으로 16일 정오 현재 최소한 4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쪽으로 200km 쯤 떨어진 이카와 피스코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재해지역에서는 아직 구호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가운데 생존자들이 겨울 찬바람 속에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잿더미 속에서 시체를 수습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카시의 병원들에는 시체들이 즐비했으며 의사들은 이 도시에서 발생한 1천500여명 부상자들의 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부상자들은 병원 복도까지 이어지는 침대에 누워있었으나 치료의 손길은 좀처럼 미치지 않았다.

유엔 마가레타 왈스트롬 사무차장은 이번 페루 강진의 사망자가 최소한 450명에 이른다고 발표하고 "지진 피해를 많이 받은 지역의 가옥파옥이 심한 만큼 앞으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피스코 시의 환 멘도사 시장은 한 예배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중에 지진이 발생해 신자 최소한 200명이 무너진 성당의 잔해속에서 사망했다고 밝히고 "가옥, 교회, 상가가 전파된 상태로 우리는 현재 전기와 먹는 물이 없으며 통신이 계속 두절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페루의 뉴스전문방송 N케이블은 이카에서도 예배중에 1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15일은 가톨릭에서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것을 기념하는 축일로 지진이 강타한 저녁 6시40분은 축일 미사로 각 성당에서는 신자들이 가득차 있어 희생자들이 많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15일 저녁 진도 8의 강진이 발생한 후 진도 5 전후의 여진이 14차례나 발생하면서 페루 국민들은 공포속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지진이 발생한 후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은 긴급방송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킨 데 이어 16일 아침 헬기편으로 이카 시와 피스코시를 시찰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중이던 의사들은 파업중단을 선언하고 재해지역으로 달려갔다.

피스코 시에서 불과 45km 떨어진 소도시 친차에서는 교도소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수감자 600여명이 도주했으며 이제까지 겨우 29명이 다시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페루 적십자사 요원들은 지진 발생 이후 7시간 만에 이카와 피스코에 도착했는 데 이는 지진으로 인한 도로파손으로 소요 시간이 3배나 걸렸기 때문이다.

수도 리마에서는 단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2분 가량 강진이 계속되면서 건물들이 흔들리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동안 패닉상태가 계속됐다.

이번 지진은 환태평양 화산대의 나스카 판과 남미 구조판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는 데 이곳의 구조판들은 연간 7.5cm 가량 이동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편 지진 발생 직후 부터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구호인력과 2천여명분의 물품을 실은 항공기 2대를 페루 현지에 보냈으며,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 리마 남부 이카와 피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페루에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텍사스주 크로퍼드에서 휴가중인 부시 대통령이 이날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페루국민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 페루정부와 현지 미 정부기관의 판단에 따라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남미 인접국들도 잇따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강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페루 국민과 정부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 복구를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페루에 위로의 뜻을 전달하고 신속한 지원대책을 지시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시민단체와 페루인 이민자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재 페루 영사관에는 비상전화를 통해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려는 페루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가르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진 뒤 헤라클레스 공군 수송기를 대기시킨 채 페루 정부와 접촉하면서 피해지역에 보낼 의약품과 담요, 식량 등 구호물품을 마련하고 있다.

페루와 국경을 접한 칠레에는 6만5천여명의 페루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칠레 정부는 비상전화를 설치해 이들이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카<페루>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