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각) 리히터 규모 7.9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 최소한 337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했다.

또 피스코와 친차 등 다수의 지역에서 빌딩을 비롯해 각종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전기와 교통, 통신이 두절되는 등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로 돌변한 가운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수 만명이 여진의 두려움 때문에 거리로 몰려나와 몇 시간동안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등 사실상의 공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페루 정부는 피해 지역에 의료진과 의약품을 실은 트럭을 급파했으나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는데다 어둠으로 구호작업도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아리스티데스 무시오 페루 민방위 사령관은 수도 리마 인근 해안지대를 강타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337명이 숨지고 827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영 TV에 출연, "리마에서 1명, 이카 지역에서 336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호르헤 칼데론 페루 보건부 차관은 이번 지진이 "마치 연극같다"고 표현했다.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PTWC)는 지진발생 직후 페루,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 6개국에 쓰나미 경보를,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멕시코, 온두라스 등 5개국에 쓰나미 주의보를 각각 발령했다가 별다른 여파가 없자 1시간 뒤 취소했다.

미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지진의 진앙이 수도 리마에서 남남동쪽으로 148km 떨어진 해저의 지하 40km 지점이라고 밝혔다.

페루 지진연구소는 지진 규모를 USGS보다는 다소 약한 7.7로 계측했다.

USGS 산하 국립지진정보센터 관계자는 오후 6시41분 규모 7.9의 첫 지진이 발생하고 1시간20분 뒤 5.9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9차례 뒤따랐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은 2분동안 땅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증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상자는 주로 리마 남쪽에 위치한 이카와 피스코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카에서는 교회 건물이 무너져 17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고 케이블 방송인 N채널이 전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붕괴된 교회 건물에 있던 신도들로 추정되고 있다.

피스코 인근 타운의 후안 멘도자 시장은 CPN 라이오와의 회견에서 "수 십구의 사체가 도로에 늘부러져 있는 가운데 적어도 200여명이 무너진 교회 건물 더미에 깔려 있다"며 흐느꼈다.

그는 "전기와 수돗물, 통신이 완전 끊긴 상태"라며 "대부분의 집이 무너진 것은 물론 교회와 상점, 호텔 등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많은 부상자들이 역시 지진의 충격으로 건물에 금이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시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헌혈을 당부하고 있다.

당초 "큰 재앙을 면했다"며 안도감을 표시했던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이번 지진이 재앙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자 최상급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페루에서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것은 1974년 규모 7.6과 7.2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한 이후 처음이지만 1970년에는 이번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으로 7만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리마 AP.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