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고객과 사랑의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회사가 부도나면 고객이 친구를 잃은 것처럼 슬퍼할 정도는 돼야 합니다."

'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76)가 한국 기업에 던지는 마케팅 메시지다.

코틀러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한은행이 주최한 강연에 참석,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기업 마케팅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 시장은 기업보다 먼저 움직이고,고객이 시장을 주도한다"며 "문제는 마케팅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케팅이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있는 고객을 찾아내 편의와 가치를 파는 과학이자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또 "기업은 혁신의 문화와 탁월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적극 추천하는 '구전(口傳)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과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만큼 이상적인 광고 수단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코틀러 교수는 기업의 성공 키워드인 혁신과 관련,"변화의 희생자가 되느냐,변화를 주도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며 "희생되기 싫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스타벅스와 반즈앤노블은 각각 커피숍과 서점을 '문화를 파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비즈니스 자체를 변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를 또 하나의 성공 키워드로 꼽았다.

"서비스는 기업의 최상부에서 시작되는 교리(敎理)이며,기업의 모든 행동에 고객 서비스라는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류회사인 빈(L L Bean)사가 고객이 5년 전에 산 신발을 갖고 와 뒤축이 많이 닳았다고 불평하자 군말 없이 새 신발로 바꿔줬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삼성과 브랜드 구축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다"며 "삼성은 1990년대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도 우수한 브랜드를 구축했고,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들려줬다.

코틀러 교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시장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브랜드 전략도 기존 한 회사가 하나의 통합 이미지를 구축하는 '대중 브랜드'에서 벗어나 소비자 일부의 욕구를 찾아내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틈새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제약업체인 존슨앤존슨은 165개 제품라인마다 틈새 브랜드를 만들어 '멀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그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향후 글로벌 뱅크는 8개 정도만 남을 것이며 자동차 산업도 도요타 등 3개 정도만 생존할 것"이라며 "글로벌 은행이 되려면 전 세계 다양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인호 사장,신상훈 신한은행장 등 300여명의 신한금융그룹 임직원이 참석했다.

글=유병연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