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 나탈리 걸비스(24.미국)가 6년 동안 굴레처럼 따라붙던 '골프의 안나 쿠르니코바'라는 오명을 씻어냈다.

30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장정(27.기업은행)을 연장전에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걸비스는 예쁜 얼굴에 177㎝의 커다란 키, 모델 뺨치는 몸매 등으로 많은 열성팬을 거느리고 있는 선수.

걸비스는 해마다 비키니 차림으로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해 판매하는가 하면 TV 리얼리티쇼에 출연하고 광고 모델로도 왕성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활동을 위해 걸비스는 홍보와 마케팅 전문가, 코디네이터, 일정 관리 전담 매니저 등 10명이 넘는 스태프를 고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걸비스는 2002년 LPGA 투어에 입문한 뒤 올해까지 6년 동안 단 한 번도 투어 대회 정상에 서본 적이 없다.

영화배우 못지 않은 외모로 수많은 팬들을 테니스 경기장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우승컵이 없었던 여자 테니스 스타 쿠르니코바(러시아)와 '판박이'였다.

오죽하면 일부 선수들은 "예쁜 얼굴과 몸매로 버틴다"고 비아냥댔고 "실력으로 승부하라"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걸비스는 골프실력은 보잘 것 없는데 외모만으로 버티는 선수는 결코 아니었다.

14살 때 캘리포니아주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1997년에는 LPGA 투어 롱스드럭스챌린지 월요예선을 통과해 최연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8년에는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에 올랐고 2001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공동 3위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프로무대에 뛰어 들었다.

LPGA 투어에서도 6년 동안 투어카드를 지킬 만큼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

2005년에는 우승없이도 상금랭킹 6위(101만달러)에 오르기도 했던 걸비스는 세계적인 레슨 코치 부치 하먼의 총애를 받는 제자이기도 하다.

임팩트 때 상체를 과도하게 앞으로 굽히는 스윙과 양손을 완전히 떨어뜨린 퍼팅 그립 등 특이한 자세로 눈길을 끌고 있는 걸비스는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아이언샷과 퍼팅 실력은 투어에서 정상급이다.

지난해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김미현(30.KTF)에게 연장전 패배를 당했던 걸비스는 투어에서 겪은 연장전 두 차례를 모두 한국 선수와 치르는 인연을 맺었다.

우승 상금 45만달러를 차지하면서 '쿠르니코바'라는 오명까지 깨끗이 씻어낸 걸비스의 새로운 도약으로 LPGA 투어의 '코리언 시스터스'는 또 한 명의 강력한 라이벌을 맞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