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급등에 기존점포와 상권 겹쳐 입점여부 고민

현대백화점은 "사업성 충분"

서울 강남·분당의 대체 주거지로 꼽히는 성남 판교신도시에 어떤 백화점이 들어설까.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 '빅 3'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역세권에 중심 상업시설을 건립하는 '성남판교복합단지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에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고급 주거지인 판교에 당연히 입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백화점 입점을 놓고는 속사정이 복잡하다.

3사는 오는 9월3일까지 사업계획서를 토지공사에 제출,사업계획서와 입찰가를 기준으로 9월7일 사업자로 선정되는 즉시 상업시설 건설을 주도할 계획이다.

PF사업지는 주상복합 2곳(1만8900평)과 상업용지 2곳(2만4500평) 등 총 14만2000㎡(4만3000평) 규모다.

상업용지의 용적률이 600∼1000%여서 지하층을 포함한 상업시설의 연면적은 66만㎡(20만평)을 웃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외에 롯데와 신세계는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자체 백화점을 입점시키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땅값이 평당 3000만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세계백화점 죽전점과 상권이 겹쳐 자체 백화점 입점 방안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권을 따낼 경우 GS리테일 한화갤러리아 등을 통해 백화점을 입점시키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는 수도권에 백화점 신설을 적극 검토 중이어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입점시킬 계획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프라임산업이 테크노마트와 같은 대규모 쇼핑몰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롯데는 1999년 청구 블루힐백화점을 인수해 문을 연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아직까지 분당지역에서 고전하고 있어 판교 백화점 건설을 망설이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백화점 입점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 컨소시엄은 백화점 입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분당 상권에 자체 백화점이 없어 판교에 백화점을 내고,자체적으로 할인점도 입점시켜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판교 신도시의 자체 수용인구가 10만명 선으로 적은데다 경쟁 입찰로 토지 가격이 크게 치솟을 가능성도 백화점 업체들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판교는 '범강남 상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노른자위 땅인데다 이 곳에 명품 백화점을 지을 경우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백화점 업체들이 쉽게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판교에 백화점이 들어서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는 입장 차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