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3일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과 2007년 7월5일 과테말라시티 레알 인터콘티넨탈호텔.

국민적 염원을 모아 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했던 평창 유치단은 4년이란 세월의 간극을 두고 되풀이된 `역전패 악몽'에 몸서리치고 말았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했던 프라하의 제1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도 평창 유치단의 눈물 바다였다.

4년이 지나 장소를 북중미 과테말라로 옮겼지만 제119차 IOC 총회장의 발표도 평창에는 똑같이 청천벽력처럼 떨어졌다.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 2차 투표까지 간 과정, 곧바로 진행된 2차 투표에서 쓰라린 역전패를 당한 과정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닮은 꼴이었다.

승자가 밴쿠버(캐나다)에서 소치(러시아)로 바뀌었을 뿐 분루를 삼킨 비운의 패자는 두 번 모두 평창이었다.

4년 전 1차 투표 결과 평창은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16표)를 제쳤다.

그러나 과반에 이르지 못해 잘츠부르크만 탈락한 채 평창과 밴쿠버가 2차 투표로 갔다.

다시 2차 투표의 뚜껑을 연 결과 밴쿠버 56표 대 평창 53표. 단 세 표 차이였다.

1차 투표에서 잘츠부르크를 지지했던 `사표'가 거의 대부분 밴쿠버로 흘러가면서 승부의 흐름이 뒤바뀌고 평창은 고배를 들었다.

이번 과테말라시티 총회에서도 1차 투표에선 평창이 38표를 얻어 소치(34표)를 제쳤다.

예상된 1위였다.

잘츠부르크는 4년 전처럼 1차 투표의 벽을 넘기지 못하고 탈락했다.

하지만 1차에서 과반을 얻어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게 불길했다.

2차 투표 결과는 다시 역전이었다.

소치 51표와 평창 47표. 이번에는 네 표 차이.
숨죽인 채 발표를 기다리던 대표단원들과 멀리 강원도에서 애타게 낭보를 기다렸던 도민들은 모두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았다.

4년 전 통한의 역전패로 가슴에 맺혔던 한은 뼈에 사무치도록 남고 말았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평창은 지난 4년에 걸쳐 모든 전략을 새롭게 짜고 총력전을 펼쳤다.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고 경험도 풍부해졌다.

이날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레알 인터콘티넨탈호텔 로블홀에서 `소∼치'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보였다.

예상했던대로 1차 투표에서 잘츠부르크가 떨어져 나갔지만 이번엔 사표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서유럽 표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있었다.

투표 직전에 펼쳐진 프레젠테이션(PT)에서 평창이 감성적으로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평창은 실사와 평가보고에서 최고점을 받은데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잘했기에 다시는 `4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로게 위원장이 과테말라 체조 선수 아나 소피아 고메스에게서 투표 결과가 담긴 봉투를 전달받기 전까지 평창 대표단은 소치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소치 대표단은 서로 손을 꽉 부여잡고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창 유치단은 숨 죽인채 긴장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4년 전보더 훨씬 더 잔인했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과테말라시티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