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이 적정 보상비를 포함한 부지 조성원가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혁신도시 사업을 주관하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토지보상비 산정이 엄격한 한국감정원을 감정평가업체에서 제외시킨 데 대한 반발로 향후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4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할 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12개 공공기관들은 최근 이전기관협의회를 열어 사업시행자인 토공이 한국감정원을 감정평가업체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토지보상비를 포함한 조성원가를 직접 검증키로 했다.


가스공사 등은 토공이 한국감정원을 빼고 민간업체 6곳을 감정평가업체로 선정함에 따라 보상비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이들 민간업체의 감정평가가 마무리되면 다른 평가업체에 별도로 감정을 의뢰해 적정 보상비를 산정할 방침이다.

이들 공공기관은 토공이 민간업체에만 감정 평가를 맡기는 것은 통상 한국감정원의 감정가격이 민간업체보다 낮아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이 보상을 거부하는 등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이 경우 혁신도시 일정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2개 이전기관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토공과 대구시에 "혁신도시 보상평가가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 납득할 수 있는 부지 분양가가 산정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한국감정원이 보상평가 업무에 참여해 공평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보냈다.

또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교육개발원 소프트웨어진흥원 등 12개 공공기관은 지난달 말 사업시행자인 주택공사를 방문해 한국감정원이 보상평가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혁신도시의 높은 분양가는 공공기관의 원활한 지방이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며 "분양가의 기초가 되는 보상평가 업무에 한국감정원이 반드시 참여해 합리적인 보상가 산정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도로공사 등 13개 공공기관들 역시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달 말 보상감정평가 업체를 직접 추천하겠다는 의견서를 토공과 경북도에 보냈으나 토공은 이를 무시하고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협의체는 "혁신도시 사업은 다른 택지개발사업과 달리 이전할 공공기관들이 부지를 매입해야 하므로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때 협의체가 추천하는 한국감정원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토공은 한국감정원을 배제하고 주민들이 추천한 2개사를 포함해 모두 6곳의 민간업체를 선정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