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압박 발끈..'독립성' 유지위한 역공

유럽중앙은행(ECB)이 저금리 정책으로 유로권 성장을 거들어야 한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압력에 ECB가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일자에서 ECB 집행이사회 멤버인 로렌조 비니 스마기를 인용해 "ECB가 미국이나 일본의 중앙은행들에 비해 통화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마기의 주장이 내주 소집되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에 의해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ECB는 사르코지의 압박이 ECB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정면 대응키로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유로권이 통화 정책이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해 ECB가 금리 인상을 억제해 경기 진작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했다.

이에 대해 트리셰 총재는 "프랑스도 ECB의 독립성을 강력히 지지하는 나라"라는 뼈있는 발언으로 대응한 바 있다.

신문은 통화 정책이 성장을 부추기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ECB의 판단이라면서 대신 인플레 진정과 구조개혁 가속화를 통해 경기를 촉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ECB가 강조해왔음을 상기시켰다.

스마기는 이와 관련해 통화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과 정치권이 협조해야 한다면서 ECB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및 일본은행과 공조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부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계속 효과를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특히 금리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스마기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재무부가 환시스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으나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로권의 경우 상황이 복잡하다면서 ECB가 지난 2000년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아온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13개 유로권 국가의 재무장관들이 지난 2월 선진 8개국(G8) 회동을 앞두고 특히 엔-유로 환율을 놓고 일부는 불만을 표시한데 반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국가들도 있었다면서 이렇게 정치적으로도 복잡하기 때문에 ECB가 대외적으로 확실한 금리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스마기는 따라서 EU 개혁을 통해 ECB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유로 환율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