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 챔피언스컵 중국 원정에서 쓴맛을 보고 돌아온 성남 일화의 김학범 감독에게 경기 전 전반기를 결산해달라고 하자 "결산은 무슨? 갈 데까지 가봐야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남 선수들은 사령탑의 말처럼 늘 하던대로,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나갔다.

결과는 깔끔한 완승으로 돌아왔다.

성남이 '변병주호' 대구 FC를 완파하고 무패 선두를 질주했다.

성남은 17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1분 김상식의 벼락 선제골과 후반 11분과 29분 김두현의 연속 추가골로 대구를 3-0으로 제압했다.

지난 달 30일 컵 대회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에 대패해 1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멈춘 성남은 정규리그에선 9승4무 무패로 2위 수원과 격차를 승점 6점 차로 유지하며 1위를 지켰다.

성남은 대구전 4연승으로 천적 관계를 입증했고 대구는 창단 이후 성남 원정 8전 전패로 아픔을 곱씹었다.

대구 입장에선 황당하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분 만에 잡은 성남의 찬스.
김두현의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올라왔고 대구 수비진이 볼을 어정쩡하게 걷어내자 공격에 가담한 '식사마' 김상식이 흐르는 공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재치있는 슛을 꽂아 1-0 리드.
성남 용병 모따에겐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19분 미드필드부터 문전까지 수비수 두 명을 그림같이 제치고 골키퍼와 맞선 다음 왼발 슛을 꽂았지만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10분 뒤 모따의 긴 패스를 최성국이 잡아 수비수를 좌우로 따돌리고 다시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엔 대구 수문장 백민철의 선방이 빛났다.

대구도 기회가 없진 않았다.

후반 2분 아시안컵 엔트리에 포함된 이근호가 회심의 왼발 터닝슛을 때렸지만 골 포스트를 맞추고 말았다.

다시 성남의 상승세로 돌아선 승부는 김두현의 발끝에서 결정됐다.

후반 11분 최성국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두현은 골키퍼와 맞서다 잡힐 것 같자 몸을 내던진 백민철의 뒤로 두 발짝 물러선 다음 기막힌 오른발 터닝슛을 텅 빈 골문에 꽂아넣었다.

김두현은 후반 29분 아크 정면 뒤쪽에서 잡은 프리킥 기회에서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렵다는 골문 왼쪽 하단 구석을 꿰뚫었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성남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